일러스트=이철원

10여년 전과 비교할 때 눈에 띄게 움직임이 많아진 신체 부위가 있다. 엄지손가락이다. 아침 기상 직후부터 잠들기 직전 늦은 밤까지 엄지는 쉴 새 없이 일을 한다. 스마트폰 화면을 위아래, 좌우로 밀어대느라 바쁜 것이다. 지난해 영국 연구진 조사에 따르면, 한 달 동안 스마트폰 화면을 움직이는 스크롤 이동을 거리로 환산해보니 1인당 평균 396m에 달했다. 에펠탑(330m)보다 높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미디어 앱은 ‘바닥’이 없다. 아래로 내려도 내려도 계속 게시물(피드)이 이어지는 ‘무한 스크롤’로 설계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뇌과학자들은 카지노에 시계와 창문이 없는 것과 같은 이유라고 지적한다. 도박에만 몰두하게 설계된 카지노처럼 소셜미디어 앱도 사용자가 빠져나올 수 없는 덫을 곳곳에 숨겨놓았다는 것이다.

▶행동심리학자 스키너가 수행한 실험 중에 굶주린 쥐를 상자 안에 넣은 뒤 매번 동일한 보상을 줄 때와, 무작위로 줄 때를 비교한 것이 유명하다. 누를 때마다 동일한 먹을거리가 나왔을 때보다, 아예 안 나오거나 많이 나오는 등 매번 결과가 달랐을 때가 쥐를 훨씬 더 흥분시켰다. 쾌락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이 무작위 보상 때 더 왕성하게 분비되기 때문이다. 카지노에선 고객이 결과를 기대하며 슬롯머신 레버를 당길 때 가장 설렌다고 한다. ‘가변적(무작위) 보상’은 도박의 강력한 중독성을 설명하는 데 쓰인다.

▶이를 적용해 소셜미디어 회사들이 내놓은 기능이 ‘새로 고침(refresh)’이다. 슬롯머신 레버를 당길 때처럼 스마트폰 버튼을 누르거나 스크롤하는 단 한 번의 동작에 의해 새로운 게시물로 화면이 확 바뀌는 것이 더 큰 기대와 만족감을 준다는 얘기다. 이용자 글에 달리는 ‘좋아요’ 알림이 늦게 뜨도록 일부러 지연시키는 것도, 상대방이 답장을 입력하는 중이라고 보여주는 기능도 결국은 앱에 더 머물게 하려는 전략이다. 소셜미디어 회사들이 뇌 인지 과학자들을 채용해 끊임없이 기능을 업데이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뇌를 중독시킬 연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비벡 머시 미국 의무총감이 본지 인터뷰에서 “소셜미디어 회사들이 이용자 중독을 강화하려고 뇌과학까지 동원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전직 고위 임원도 7년 전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도파민이 계속 나오도록 설계한 소셜미디어가 사회를 파괴하고 있다고 털어놓으며 “엄청난 죄책감을 느낀다”고 했다. 사용자들을 중독시키려 혈안이 된 소셜미디어들이 ‘마약상과 다름없다’는 소리를 듣는 이유다.

곽수근 논설위원·테크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