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는 성전환자다. 길에서 짝짓기 하는 뱀 암컷을 막대로 쳤다가 뱀의 저주를 받아 여자가 됐다. 7년을 여자로 산 뒤 이번에는 수컷 뱀을 때려서 다시 남자가 됐다. 헤르메스와 아프로디테 사이에서 태어난 헤르마프로디토스는 한 몸에 남녀 생식기를 모두 지녀 남자인지 여자인지 애매했다. 오늘날 의학에선 이를 간성(間性·intersex)이라고 한다.

▶성전환이나 간성 같은 성적 정체성이 종교나 성 윤리 논란만 빚는 것은 아니다. 신체 능력으로 겨루는 스포츠에서도 골치 아픈 문제로 떠올랐다. 재작년 미국에선 남자 수영 선수가 여자 대회에 나가 우승했다. 193㎝ 거구와 긴 팔로 여자 선수들을 압도했다. 여성 호르몬을 맞은 뒤 여자라고 주장했지만 생식기 제거 수술을 받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며 이후 엘리트들이 겨루는 미국 내 대회와 국제 대회 출전이 금지됐다.

▶현역 시절 여자 육상 800m 최강자였던 남아공의 캐스터 세메냐는 2009년 세계선수권에서 처음 우승한 뒤 얼굴에 난 수염과 근육질 몸매 때문에 ‘신체검사’를 받았다. 외부 생식기는 여자인데 자궁과 난소가 없었고 정소에서 남성호르몬이 쏟아져 나왔다. 염색체 검사도 여자(XX)가 아닌 남자(XY)였다. 세메냐의 성별을 두고 스포츠계는 반으로 갈라졌다. 올림픽을 주관하는 IOC는 세메냐를 여자로 인정한다. 반면 세계육상연맹은 남성 호르몬 수치가 기준치를 넘는다며 여성 대회 출전을 금지했다.

▶파리 올림픽 여자 복싱에 출전한 알제리와 대만 선수가 남성 염색체를 지녔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알제리 선수와 겨룬 이탈리아 여자 선수가 “너무 아프다”며 46초 만에 기권하자 이탈리아에선 “남자가 여자를 때렸다”며 분노하고 있다. 국제복싱협회(IBA)도 지난해 두 선수가 XY 염색체를 지녔다며 실격 처리한 바 있다. 반면 IOC는 염색체가 아니라 정부 발행 여권이 성별 판단 기준이라며 “IBA 조사도 자의적이어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알제리 선수는 성전환자는 아니고 XY염색체 소유자인지도 불분명하다. 그런데도 논란이 인 이유 중엔 그동안 성전환을 했거나 간성인 선수치고 남자 대회에 나가는 경우를 볼 수 없었다는 것도 있다. 남자에서 여자로 성전환 한 선수 상당수는 남자의 신체 능력을 잃지 않는데도 애매한 성 정체성을 이용해 싸우기 쉬운 여자 대회에 나간다는 비판도 있었다. 공정한 대결은 스포츠의 핵심이다. 성 소수자 부문을 따로 만드는 게 떳떳한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