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성규

파리올림픽 폐막식에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가 깜짝 등장했다. 2028 LA올림픽을 예고한 장면이었다. 올해 개최지 파리(1900·1924·2024년)와 차기 개최지 LA(1932·1984·2028년)는 런던(1908·1948·2012년)과 더불어 올림픽을 세 번 유치한 도시다. 세계 유력 도시들이 올림픽을 다시 유치하는 이유는 저비용 올림픽을 치를 자신이 있거나 도시 재생 등의 분명한 이유가 있어서다.

▶2024 파리올림픽과 2028 LA올림픽은 7년 전에 동시 결정됐다. 프랑스 파리 말고도 독일 함부르크, 헝가리 부다페스트, 미국 보스턴과 LA가 2024 올림픽 유치에 관심을 보였는데 시민 반대, 재정난 등으로 포기했다. 파리와 LA만 남게 되자 IOC가 2024년, 2028년에 개최하라고 순번을 정해줬다. 그간 올림픽 유치 도시들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경기장 짓느라 ‘올림픽의 저주’에 시달렸다. 파리올림픽은 2000년 이후 처음으로 100억달러 미만만 들인 저비용 올림픽이다. LA는 새 경기장을 짓지 않고 파리보다 더 ‘짠돌이 올림픽’을 치르겠다고 한다.

▶60여 년 만에 올림픽을 재유치한 런던은 낙후된 동부 지역 재개발이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 실업률 높고, 소득 낮은 이민자들이 밀집한 지역이었다. 올림픽공원이 들어선 2.5㎢는 빈 공장과 창고, 오염된 수로로 이루어진 폐허였다. 오염된 흙을 파서 사상 최대의 토양 정화 작업을 벌였다. 건설 공사에 고용한 인력 1만2000여 명 중 4분의 1이 지역 주민이었는데 그중 상당수가 실업자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은 더 잘해낼 수 있겠다”며 2036 서울올림픽 유치 의사를 밝혔다. ‘다시 한번 서울올림픽’의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전임 문재인 정부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북한팀 참가를 계기로 2032년 올림픽 남·북한 공동 유치를 추진했다. IOC에 유치 의향서까지 제출했지만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유치 신청서는 못 냈다.

▶‘88서울올림픽’의 성공은 우리를 한 단계 도약시킨 역사적 자산이다. 냉전이 와해되는 세계사적 전환기에 160국 1만3000여 명 선수단이 참여한 ‘동서 화합의 제전’이기도 했다. 2036년 올림픽에는 인도, 인도네시아 같은 아시아 국가를 비롯해 두 자릿수 후보지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유치 경쟁에 앞서 올림픽 재도전으로 이루고자 하는 비전과 목표부터 분명하게 제시해야 ‘다시 한번 서울올림픽’의 명분과 추진력도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