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지난 6월 인도 케랄라주(州)의 한 힌두교 사원에 키 3.3m, 무게 800㎏의 실물 크기 ‘코끼리 로봇’이 등장했다. 실제 코끼리를 대신해 힌두교 의식에 쓸 수 있도록 기증한 로봇이었다. 힌두교도들은 코끼리 머리가 달린 가네샤(Ganesha)신에게 빌면 사업·학업의 장애가 해결된다고 믿는다. 종교 행사를 위해 불법 사육되던 코끼리가 학대를 견디다 못해 폭주하는 사고가 종종 일어난다. 케랄라주에서만 15년간 526명이 사망했다. 동물 보호 단체는 코끼리 학대를 줄이자며 눈·코·귀·꼬리를 움직일 수 있는 로봇을 만들어 사원에 기증하고 있다.

▶코끼리는 침팬지나 돌고래만큼 지능이 높다. 미국이 이끄는 연구진은 지난 6월 국제 학술지에 코끼리들이 서로 ‘이름’을 부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14개월간 케냐에서 녹취한 코끼리 울음소리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한 결과, 특정 코끼리를 식별하는 소리를 찾았다는 것이다.

▶현생 육상동물 중 가장 몸집이 큰 코끼리는 먹이도 그만큼 많이 먹는다. 조선 태종 때인 1411년 일본 사신이 코끼리를 바쳤는데, 매일 콩 너덧 말을 먹어 골치를 앓았다. 코끼리 8만4000여 마리가 살고 있는 짐바브웨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뭄으로 국민 760만명이 기아에 직면하자, 지난달 코끼리 200마리를 도살해 고기를 나눠주겠다고 발표했다.

▶보츠와나는 아프리카에서 코끼리가 가장 많은 국가다. 13만마리에 이르는 코끼리를 줄이기 위해 ‘트로피 헌팅(레저형 사냥)’을 허용하고 있다. 올봄 영국과 독일이 문제를 제기하자 보츠와나는 “영국에 1만마리, 독일에 2만마리를 보내주겠다”고 협박했다. 그렇게 소중하면 같이 살아보라는 것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誌)가 최근 국경을 맞댄 탄자니아와 케냐가 코끼리 보호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케냐 암보셀리 국립공원에 사는 코끼리 2000마리 중 600마리 정도는 탄자니아를 자주 찾는다. 지난해 탄자니아 정부는 “국토의 40%에 이르는 야생 보호 구역 관리 비용으로 쓰겠다”며 ‘트로피 헌터’들에게 코끼리 사냥 허가를 내주기 시작했다. 탄자니아에 건당 1만~2만달러(약 1300만~2600만원)를 낸 사냥꾼들은 웅장한 상아를 지녀 ‘수퍼 터스커’라고 불리는 코끼리들까지 잡는다. 국내총생산(GDP)의 8~9%를 관광으로 버는 케냐에서 “코끼리가 줄어 관광객도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어떤 나라에서 살 것인가는 코끼리에게도 중대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