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 향기 물씬 풍기는 우리 송이버섯은 대대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8세기 초 신라 성덕왕에게 바쳤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오랜 임금님 진상품이었다. 중국 사신이 오면 가장 받고 싶어한 선물도 송이였다. 동의보감은 ‘맛이 향기롭고 나무에서 나는 버섯 가운데 으뜸’이라 했다. 일본은 자국 송이가 귀해지자 한국산을 수입하는데 미국이나 중국 송이 가격의 최고 10배를 쳐준다.
▶송이엔 가난 극복과 자식 교육에 모든 걸 바친 부모 세대의 땀과 눈물도 기록돼 있다. 1970년대 대학은 소 팔아 자식 등록금을 댔다 해서 우골탑(牛骨塔)이라 했다. 강원도 경상도에선 산에서 캔 송이도 그 일을 했다. 사립대 등록금이 30만~40만원이던 때, 송이는 20~30㎏을 캐면 60만원 넘게 쥘 수 있는 고소득원이었다. 그러나 송이의 연중 수확 가능 기간은 약 28일로 짧다. 그로 인해 비극도 빚어졌다. 1996년 9월 우리 군이 북한 무장공비 소탕전을 벌일 때 강원도 주민들에게 송이 채취를 금지했다. 위험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부 주민이 “이러다 송이가 다 썩는다”며 산에 갔다가 공비 공격을 받고 목숨을 잃었다.
▶국내 송이 생산량은 연평균 219t이다. 한때 연 1300t을 수확했지만 기후변화로 생장 환경이 나빠졌다. 송이 균주는 섭씨 19.5도 이하에서 성장이 시작되는데, 일단 자라게 되면 14~24도를 2주간 유지해야 한다. 송이가 나오는 9월엔 비가 충분히 와야 하는데 배수가 안 되면 썩는다. 소나무에만 붙어 자라는 데다 수령 30~40년짜리 소나무를 가장 좋아한다. 이처럼 생육 조건이 까다로워 재배가 어렵다.
▶지난달 30일 강원도 양양에서 거래된 송이 1등급품의 ㎏당 공판 가격이 160만원으로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156만2000원이었던 지난해도 역대 최고가였는데 두 해 연속 최고가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폭염을 이유로 든다. 추석이던 지난달 17일 강릉 낮 최고 기온은 32도였고 송이가 자라는 지표면 기온은 이보다 5도 정도 높았으니 송이가 나올 수 없는 환경이었다.
▶송이는 반세기 전만 해도 경기도 가평과 광주, 충남 예산, 전남 담양·함평·화순에서도 났지만 지금은 경상도와 강원도에서 90%가 나온다. 고려 말 문인 이규보는 문집 ‘동국이상국집’에서 ‘솔 훈기에서 나왔기에 맑은 향기 어찌 그리 많은지/(중략)/ 듣건대 솔 기름 먹은 사람/ 신선 길 가장 빠르다네’라 했다. 1000년 넘게 이 땅의 가을을 그윽하게 물들이던 송이 향을 우리 후손들은 기록으로만 읽게 될까 걱정스러운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