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미국 IT 기업 구글에 부과한 벌금 누적액이 2간(澗)루블, 달러로 환산하면 200구(溝)달러에 달한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1구는 10의 32제곱, 1간은 10의 36제곱이다. 1조(兆)가 10의 12제곱, 1경(京)이 10의 16제곱이니 1구는 1경의 1경배다. 지난해 전 세계 GDP가 105조달러이니 ‘벌금 200구달러’는 세계 GDP의 10의 20제곱 배가 넘는다.
▶구글이 러시아 친정부 매체의 유튜브 채널을 차단하자 러시아 법원은 그 매체의 유튜브 채널을 복원하라고 판결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매일 10만루블(약 142만원)씩 벌금을 내라고 했다. 벌금을 즉각 안 내면 2배씩 늘어나도록 해 이런 천문학적 벌금이 쌓였다.
▶지난해 현대차는 가동을 멈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1만루블(약 14만원)에 팔고 나왔다. 2년 내 되살 수 있는 ‘바이백’ 조건이 붙었지만 현재로선 되찾을 기약이 없다. 프랑스 르노는 20달러에, 닛산과 마쓰다는 각각 1달러에 자산을 넘기고 러시아를 떠났다. 이렇게 떠난 기업들은 러시아 기업으로 바뀌었다. 스타벅스가 스타스 커피로 바뀐 식이다.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서방이 경제 제재를 하는데도 러시아 경제는 되레 호황이라고 한다. 실업률은 최저, 실질임금은 두 자릿수 상승이다. 지난해 성장률이 3.6%였고 올해도 3.6% 성장이 예상된다. 그 비결이 ‘전시 경제’다. 러시아는 정부 예산의 30%가량을 국방비로 쏟아붓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전 600억달러 정도였던 국방비가 올해 1400억달러에 달한다. 모든 군수 공장이 풀가동된다. 너무 많이 죽은 병사를 채우기 위해 러시아 평균 임금의 3배도 넘는 돈을 초봉으로 제시해 지난해 군인 35만명을 모집했다. 올해는 초봉을 2배로 인상해 병사를 모집한다. 높은 임금 외에도 부상비, 사망 가족 위로금 등 파격 대우를 해준다. 자국민으로 모자라 쿠바, 네팔, 우간다 등 세계 최빈국 청년들을 용병으로 모집하고 있다. 북한 파병도 러시아의 인력난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저소득층이 높은 임금을 받고 전쟁터와 군수 공장에 투입되면서 소비도 호황이다.
▶하지만 정부가 동원 가능한 자금을 모두 끌어 쓰니 국부 펀드의 유동 자산은 44% 줄었다. 정부의 돈 풀기로 인플레이션이 9%대로 치솟았다. 인플레 억제를 위해 지난해 7.5%이던 기준 금리가 올해 21%까지 높아졌다. 엘리트 젊은이들은 러시아를 대거 떠났고 정부가 푸는 돈은 전쟁의 포화로 증발하고 있다. 이 위험한 질주의 끝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