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테슬라 창업주 일론 머스크는 난관에 부닥칠 때마다 무섭게 일에 몰두하며 한계를 돌파하곤 했다. 2017년 전기차 모델3 출시를 앞두고 그는 네바다 공장에 진을 친 뒤 네댓 시간만 잠자며 임직원들을 무자비하게 굴렸다. 그가 엔지니어들에게 부여한 목표는 ‘생산 능력을 3배로 끌어올리라’는 가혹한 것이었다. 직원들은 밤 10시까지 일하고, 공장 바닥에서 눈을 붙인 뒤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했다. 불가능해 보였던 목표는 이렇게 무자비한 방식으로 달성될 수 있었다.

▶월터 아이작슨이 쓴 머스크 평전엔 그가 기업 현장을 어떻게 ‘지옥’으로 만드는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2021년 머스크는 우주 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텍사스 발사대를 찾았다. 그런데 일하는 직원이 안 보였다. 금요일 밤늦은 시각이니 사람 없는 게 당연했지만 머스크에겐 용납될 수 없었다. 분노가 폭발한 그는 ‘열흘 내 발사 준비’라는 촉박한 시한을 제시하며 다른 사업장에서 지원 인력을 차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고는 “비행기든 자동차든 가능한 모든 수단을 써서 즉시 이곳으로 오라”는 이메일을 날렸다. 새벽 1시였다.

▶머스크가 경영하는 기업엔 삶의 질이나 워라밸 같은 것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조직을 비상 상황에 몰아넣고 한계점까지 밀어붙여 성과를 뽑아내는 게 그의 주특기였다. 머스크는 이를 ‘광적인 긴박감’이라 불렀는데, 못 견디고 회사를 떠나는 ‘피난민’들도 속출했다. 그의 비전에 공감해 기꺼이 주말도 반납하는 추종자들이 남아 전기차에서 자율주행차, 저궤도 위성, 인간형 로봇 등에 이르는 혁신을 이루어냈다.

▶머스크는 첨단을 달리는 혁신 기업가지만 경영 수법은 첨단과 거리가 멀었다. 남들은 엄두도 못 내는 분야에 뛰어들어, 엄청난 리스크를 감수하고, 터무니없는 목표를 내건 뒤, 독재자처럼 권한을 틀어쥐고, 불도저처럼 밀어붙여 비전을 현실화했다. 그의 성공 신화를 보면 “이봐, 해봤어?”라며 조인트 까는 정주영의 1970년대식 리더십이 떠오를 때가 많다.

▶트럼프 2기 ‘정부 효율부’ 수장으로 내정된 머스크가 구인 공고를 내면서 ‘주 80시간 근무’를 조건으로 걸었다. “주당 80시간 이상 기꺼이 일할 수 있는 초고지능의 ‘작은 정부’ 혁명가들이 필요하다”고 썼다. 한국 같았으면 당장 주 52시간제 위반 혐의로 고발되고, 악덕 기업인으로 매장당했을 것이다. 필요한 곳에는 초과 근무를 인정하는 유연한 제도와 문화, 그리고 가치 있는 일을 위해 밤낮없이 일할 준비가 된 인재들의 열정이 미국을 혁신 국가로 만들었다. /박정훈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