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80이 너머도/ 어무이가 조타/ 나이가 드러도 어무이가 보고시따/ 어무이 카고 부르마/ 아이고 오이야 오이야/ 이래 방가따.’ 내년 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1937년생 이원순 시인의 ‘어무이’가 실린다. 교과서를 내는 천재출판사가 ‘칠곡 할매’ 4인의 시를 ‘성장’의 의미를 다룬 편에 넣었다. 어느 시인의 표현대로 ‘남에 손 빌려다가/ 내 이름 적는’ 까막눈의 설움을 딛고 시인으로 거듭났다. 이런 ‘성장’이 어디 있을까.

▶경북 칠곡군 약목면에 사는 ‘칠곡 할매’들은 지난 2013년 군이 개설한 ‘성인 문해 교육’ 과정을 통해 한글을 깨쳤고, 시를 썼다. 2015년 89명의 시를 엮은 첫 시집 ‘시가 뭐고’를 낸 후 세 권을 더 냈다. ‘배우께 조은데/ 생가키거를 안는다/ 글이 안 새가킨다/ 그래서 어렵고/ 힘든다/ 그래도 배아야지’(박후금 할머니 ‘배아야지’) 할머니들은 2000장 넘게 손글씨를 연습해 ‘칠곡할매 서체’도 만들었다. 지난해 대통령실 연하장에 이 글씨가 쓰였다.

▶일본에는 시바타 도요 할머니가 있었다. 1911년생으로 불우하게 자란 시바타 할머니는 아들의 권유로 91세에 처음 시를 썼다. 장례 비용으로 모아 둔 100만엔으로 2009년, 98세에 첫 시집을 냈다. 무려 158만부가 팔렸다.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도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약해지지 마) 이후 100세 전후를 뜻하는 ‘아라한(Around Hundred) 작가’가 잇달아 나왔다. 2017년 일본 베스트셀러 1위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제친 93세 사토 아이코의 ‘90세, 뭐가 경사냐’였다.

▶”호랑이는 가죽을, 칠곡 할매는 시를 남긴다.” 할매들은 못 배워 서러웠던 인생, 시집살이, 남편과의 불화와 추억을 죄다 글로 쓴다. 전국에서 문화 강연을 하는 김별아 강원문화재단이사장은 “박물관 대학, 문학 강좌 같은 지식 강연에는 할아버지 수강생이 많지만, 자백과 고백이 필요한 시 창작에는 압도적으로 할머니가 많다”고 설명한다.

▶고백 문학자, 할머니들도 세월에 꺾인다. 교과서에 수록되는 두 할머니가 이미 세상을 떠났다. ‘심장이 쿵덕기린다/ 도둑질핸는 거보다 더 쿵덕거린다’며 ‘처음 손잡던 날’을 회상한 강금연 할머니, ‘도래꽃 마당에 달이 뜨마/ 영감 생각이 더 마이 난다’던 김두선 할머니, 이제 그리운 분 만나 함께 시를 읊고 계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