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전투에서 최전방은 늘 하층민과 신병 몫이었다. 이들은 적 화살과 전투 마차 공격의 집중 표적이 됐다. 히타이트 전차 부대의 진격에 이집트군 선두 신참 보병들이 쓰러졌지만 전차 부대가 약화되면 이집트 정예부대가 나섰다. 로마 군단도 신병 ‘하스타티’가 선두에 섰다. 후방의 주력 고참병 ‘트리아리’를 보호하기 위한 전술이었다. 많은 하스타티가 죽어가며 적을 약화시키면 트리아리가 뛰어들어 적을 제압했다.

▶총포가 등장한 뒤 최전방 병사의 희생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나폴레옹 전쟁과 미국 남북전쟁 때 밀집 대형으로 돌격하던 병사들이 총알받이가 됐다. 기관총이 처음 등장한 1차 세계 대전은 수많은 청년을 기관총 총알받이로 만들었다. 적을 향해 돌진하다 철조망에 걸리면 기관총 세례를 받았다. 하루에 수만 명 사상자가 나는 날이 숱했다. 2년간 500만명이 죽었다. 양측 참호 사이엔 총알받이 시신만 나뒹굴어 ‘무인 지대(No Man’s Land)’로 불렸다.

▶총알받이 전술을 가장 많이 사용한 군대는 2차 대전 때 소련군이다. 이른바 ‘인간 파도’ 전술이다. 지휘관의 능력 부족과 무기 성능 부족을 총알받이 병사들로 때웠다. 총알받이들이 끊임 없이 투입돼 독일군의 탄약·포탄·지뢰를 소진시켰다. 독일군이 기관총을 재장전하는 짧은 시간에 주력 부대를 투입해 독일군 진지를 덮쳤다. 총알받이들이 도망치면 즉결 처형했다. 소련 전국의 죄수들도 총알받이로 이용했는데 이들을 ‘형벌 부대’라고 불렀다. 200일간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소련 병사 100만명이 죽었다. 1만3000명은 아군 장교 총에 죽었다. ‘러시아 들판이 아들 잃은 어머니들의 눈물로 젖었다’고 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총알받이 전술을 쓰고 있다. 이른바 ‘스톰 Z’ 돌격으로 불린다. 병사들을 ‘무작정 돌격’에 내몰아 총알받이로 만든다. 우크라이나군 탄약과 포탄이 부족해지면 주력 부대를 보내 진지를 점령한다. 일부 총알받이 병사는 드론을 향해 살려달라고 빌었다. 죄수들로 구성된 형벌 부대도 다시 등장했다. 살아남으면 사면해 준다고 했지만 실제 생존자는 거의 없다고 한다. 교도소가 텅 비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북한 병사들이 러시아의 새로운 총알받이 부대가 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미 북한군 100여 명이 죽고 1000여 명이 부상했다고 한다. 낯선 환경에서 낯선 무기에 대응하지 못해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왜 싸우는지도 모른 채 김정은의 주머니를 채워주려 이역만리에서 주검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