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빨간색 상의)와 엘린 노르데그렌이 포옹하는 장면. /유튜브

할리우드 배우 커플로 유명했던 브루스 윌리스와 데미 무어는 1987년 결혼해 세 딸을 낳고 2000년 헤어졌다. 재작년 윌리스가 중증 치매를 앓게 되며 둘의 ‘이혼 후 관계’가 주목받았다. 두 사람은 이혼 후에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무어는 전남편을 매주 문병 간다. 윌리스와 마주 앉아 그를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자신의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띄우기도 했다. 그러면서 윌리스를 ‘친구’라고 했다.

일러스트=이철원

▶두 사람은 이혼할 때 “세 딸을 위해 좋은 친구로 남자”고 약속했다고 한다. 아빠 노릇, 엄마 노릇도 충실히 했다. 윌리스와 재혼한 에마 헤밍이 “치매는 가족병”이라며 “간병하는 게 힘들다”고 방송에 나와 토로하자 무어의 세 딸이 “당신이 자랑스럽다”며 새엄마를 응원하기도 했다. 이런 얘기가 미국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도 이혼 후 친구처럼 지내는 사례가 꽤 있다. 결혼 13년 만에 성격 차이로 갈라섰다는 한 여자 연예인은 관심을 서로가 아닌 아이에게만 쏟을 수 있게 되면서 전남편과 사이가 다시 좋아졌다고 했다.

▶미국 프로 골퍼 타이거 우즈가 전처 엘린 노르데그렌과 만나 화해의 포옹을 나눴다. 윌리스-무어 커플과 달리 둘은 2010년 파경 이후 최근까지 관계를 회복하지 못했다.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찰리가 출전하는 골프 대회를 보러 갈 때도 마주치는 것을 피했다. 그런데 지난 23일 가족 대항 골프 대회에 선수로 출전한 우즈 부자와 캐디로 동행한 딸이 뒷정리를 하는 자리에 노르데그렌이 나타난 것이다. 품에는 몇 해 전 재혼해 낳은 딸을 안고 있었다. 노르데그렌은 우즈와 포옹한 후 아들과 딸도 차례로 끌어안았다.

▶가수 김명애는 노래 ‘도로남’에서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도로 남’이 되는 게 남녀 사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실에선 자녀 양육비 부담과 면접권 등으로 인해 헤어지더라도 완전히 안 보고 살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해마다 결혼한 사람 1000명당 3.7명이 이혼하는데 그중 절반 가까운 42.9%는 자녀가 있다. 이들의 상당수는 자녀 때문에라도 인연을 끊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완전히 안 보고 살 수 없다면 이혼을 관계의 끝이 아닌 관계 전환의 계기로 삼으라고 권한다. 그러려면 이혼 후에도 자식 앞에서 전남편이나 전처를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 가정 폭력이 이혼 사유가 아닌 한, 상당수 자녀는 이혼한 부모 모두를 여전히 사랑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신을 위해서도 이전 배우자에 대한 나쁜 감정을 최대한 씻어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