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건설 일감이 부족하던 1965년 11월, 현대건설 정주영 회장은 해외에서 활로를 찾겠다며 16국 업체와 경쟁해 태국 남부 파타니-나랑티왓 고속도로 건설 공사를 처음 따냈다. 폭우와 기술 부족으로 공사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억척스럽게 완공했다. 이 경험을 기초로, 단군 이래 최대 토목공사 경부고속도로를 1968년 착공해 2년 5개월 만에 지었다.
▶1976년에는 단일 공사로는 세계 최대 규모이던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건설 공사를 수주했다. 수주액 9억6000만달러는 우리나라 예산의 25%에 해당하는 거액이었다. 육지에서 8㎞ 이상 떨어진 곳에 해상 유조선 정박시설을 건설하는 난공사였다. 공사에 필요한 가로 18m, 세로 20m, 높이 36m의 대형 철제 구조물 89개를 울산에서 제작해 1만2000㎞ 떨어진 사우디까지 해상 운송하는 기상천외한 시도를 했다. 그 덕에 공기를 8개월 단축하고 시공 능력을 입증해 ‘주베일의 기적’으로 불린다.
▶‘21세기 피사의 사탑’으로 통하는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은 각국 건설사들이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내저었지만 쌍용건설이 완공했다. 세 개의 빌딩 위에 배가 얹혀진 모양인데, 비대칭적 구조로 인해 기울어진 건물은 경사도가 52도에 달한다. 기울어진 건물이 무너지지 않고 스스로 서 있을 수 있도록 콘크리트 타설 전 관을 설치하고 그 안에 강연선을 넣어 한 방향으로 잡아당기는 포스트텐션 공법을 적용했다.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조차 “우리가 꿈꾼 모든 것이 그대로 실현되었다. 동화 같다. 기쁘고 믿기 어렵다”고 했다.
▶829.8m 높이의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 679m 높이의 말레이시아 ‘메르데카118′ 등 세계 1, 2위 초고층 건물은 삼성물산이 시공사로 참여했다. 사막의 연약한 지반과 강한 바람을 견디고 초고층으로 지어진 부르즈 할리파는 현대 공학의 결정체로 불린다. 삼성물산이 3일에 1층씩 초고속으로 건물을 올리는 ‘K 공법’으로 완성했다.
▶해외건설은 1970년대 오일쇼크로 휘청이던 나라 경제를 ‘중동 특수’로 되살린 1등 효자 산업이었다. 지금은 반도체, 자동차 등에 순위가 밀렸지만 여전히 4위 수출 산업이다. 해외 건설사업 누적 수주액이 1조달러(약 1468조원)를 돌파했다. 1965년 11월 첫 해외 수주 이후 59년간 실적이다. 한국 건설사들의 도전 정신, 해외건설 근로자들의 피땀과 눈물이 이 기적의 탑을 쌓았다. 이제는 우리 건설도 단순 시공 차원을 넘어 예술 감각과 공학기술이 합쳐진 ‘K 설계’로 나아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