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해에 있는 그린란드는 남한 면적의 21배가 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216만여㎢)’이다. 이곳 서북쪽엔 이누이트 원주민들이 “비두픽(Pituffik)”이라 부르는 평원이 있었다. ‘개를 묶어놓는 장소’란 뜻의 사냥터였다. 1951년 여름, 미군이 연중 9개월은 얼어붙어 있는 이곳에 공군기지를 짓는 극비 작전을 시작했다. 작전명은 ‘블루 제이’. 노퍽, 볼티모어, 뉴욕 등에서 30만t의 자재와 인력을 실은 수송선 수십 척이 출항했다. 1만여 명이 하루 12시간, 주 7일을 일해 60여 일 만에 활주로와 기지 대부분을 완공했다.
▶미국이 덴마크 식민지였던 그린란드에 관여하기 시작한 것은 1940년대부터다. 그러나 1951년 덴마크와 새 방위 조약을 맺고 기지를 건설한 배경엔 냉전이 있었다. 소련이 북극권에서 핵미사일을 발사한다면 그린란드를 지나 미국 본토로 날아가는 게 지름길이다. 따라서 중간 지점인 그린란드에 장거리 폭격기와 요격미사일을 배치할 기지를 확보하는 게 시급했다. 이를 위해 미국이 투입한 예산이 당시 돈으로 1억2500만달러였다. 1952년 기지 건설이 공개되자 라이프지(誌)는 이를 “얼음 위의 노르망디 결전”이라 표현했다.
▶이누이트들이 살던 눈과 얼음의 땅에 그린란드란 이름을 붙인 사람은 10세기 아이슬란드에서 살인죄를 짓고 쫓겨나 이곳에 온 바이킹 ‘에릭 더 레드’로 알려져 있다. 더 많은 이주자를 모으기 위해 마치 살기 좋은 땅인 양 ‘그린란드’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얼음이 녹기 시작하면서 진짜 ‘그린란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인구 5만여 명의 이 땅에 세계 가용 매장량의 20%에 해당하는 희토류가 매장돼 있다고 한다.
▶블루 제이 작전 후 74년이 흘렀다. 그린란드는 덴마크로부터 외교·국방 이외의 자치권을 획득한 ‘자치령’이 됐고, 그린란드를 포함한 북극권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 커졌다. 러시아는 1950년대 북극해의 섬에 건설한 공군기지를 대폭 확장했고, 중국도 북극 개척에 적극적이다. 미군은 그린란드의 공군기지를 우주군으로 이관해서, 본토로 향하는 미사일을 레이더로 탐지하고 요격하며 외국의 우주 발사체까지 추적하는 곳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그린란드를 팔라고 연일 덴마크를 압박하고 있다.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을 것처럼 위협하기도 했다. 자신의 취임식을 앞두고 장남까지 그린란드로 보냈다. 그린란드 획득을 업적으로 만들려는 욕심이 보통이 아닌 듯하다. 그린란드 주민들은 어떤 심정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