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당일인 24일, 성묘(조상의 묘를 손질하고 살피는 일)를 하기 위해 전북 전주효자공원묘지를 찾은 사람들.

1997년 세상을 떠난 덩샤오핑은 “각막은 기증하고 시신은 해부용으로 쓴 다음 화장해 바다에 뿌려 달라”고 유언했다. 그의 유골은 홍콩 앞바다와 중국과 대만 사이의 바다에 뿌려졌다. 그는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난센스’라며 이 같은 유언을 남겼다. 그는 사후에 자신의 기념관을 세우지 말고 동상도 만들지 말라고 당부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영웅치고는 소박하게 삶을 마무리했다.

일러스트=이철원

▶상당수 국가에서는 화장한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바다장이 보편적인 장례 문화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중국은 묘지 값이 비싸 ‘돈 없으면 죽지도 못할 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중국 당국은 대안으로 바다장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상하이시는 1991년, 홍콩은 2007년부터 바다장을 도입했다. 영국이나 미국 등에서도 해안에서 일정 거리 나가서 화장한 골분을 뿌리는 것은 제한이 없다. 무한한 바다가 골분 정도는 환경오염 없이 흡수해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인천 앞바다에서 골분을 뿌릴 수 있게 돕는 업체가 있어서 해마다 이용이 늘고 있지만 현행법에 근거 규정이 없는 ‘그림자 장례 문화’였다.

▶복지부가 바다와 육지의 일부 장소에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뿌리는 ‘산분장(散粉葬)’을 합법화했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해 한 해 사망자가 30만명이 넘는데 납골당·수목장 등 시설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장사법에 수목장 등 자연장(自然葬)을 새로운 장례 방식으로 추가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2008년) 또 새로운 장례 방식이 추가됐다. 정부는 2027년까지 산분장 이용률을 30%로 올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앞으로 또 어떤 장례 방식이 나올지 알 수 없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반려동물 유골을 주얼리로 제작해 몸에 지니고 다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업체에 맡기면 유골을 1500~3000도로 가열해 유리와 함께 녹여 만들어준다. 이를 ‘메모리얼 스톤’이라 하는데, 영롱한 구슬로 만들어 갖고 있거나 목걸이 등으로 만들어 걸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일본에서는 곧 사람 골분으로도 주얼리를 만들어 집에 간직하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고 관련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떠나는 길을 자식이나 장례 전문가 손에 맡기지 않고 내 뜻대로 할 방법이 있다. 사전 장례 의향서를 작성해 가족과 공유해두는 것이다. 바다장 등 장례 방식은 물론 마지막에 입을 옷, 제단을 장식할 꽃, 영정 사진, 추모 곡까지 골라 둘 수 있다. 유족들도 망자의 뜻을 명확히 알 수 있어서 한결 부담을 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