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 여름 섬진강에서 집중호우로 불어난 강물에 댐 방류가 겹쳐 큰 피해가 발생했다. 섬진강은 홍수에 취약한 지형‧지질 조건을 갖추고 있다. 강 유역은 지질 구조상 단단한 암반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토사 생산량이 적고 강은 전반적으로 V자형 계곡 모습이다. 짧은 분지 구간을 제외하면 하천 경사가 상당히 급하다. 이런 지형 때문에 큰 홍수 때는 그만큼 물살이 세므로 강바닥에 토사가 잘 쌓이지 않고 오히려 깎인다. 구례나 화개장터처럼 계곡 내에 위치한 지역은 금세 물이 차오른다. 1960년대 농경지 정지(整地) 때 물길을 변경한 게 이번 수해를 키운 측면도 있다. 피해가 컸던 남원 금지면의 제방 붕괴 장소도 예전에 지류(支流)가 합류하던 곳이었다.

극심한 기후변화로 홍수 피해가 급증하는 요즘, 홍수에 불리한 섬진강에서 댐 방류량을 정교하게 조절하고, 제방을 증축·보강하는 방법으로는 수해 예방에 한계가 있다. 선진국처럼 제방 위로 넘치는 홍수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새로운 하천 정비 기법을 도입하는 게 필요하다. 강물이 넘쳐도 제방이 붕괴되지 않도록 개조한 후 넘친 물은 홍수 하강기에 신속히 빼내면 된다. 이렇게 하면 제방이 붕괴되는 것보다 피해가 크게 줄어든다. 지역 단위 맞춤식 현장대응형 홍수대책 방안을 입체적으로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 섬진강에서는 역류 막이용 배수장, 개방형 홍수 조절지(습지), 곡성 분지 내 방수로(放水路), 본류 제방 붕괴 대비용 보조 제방과 수방림(水防林) 조성 등이 연계되어야 한다. 기후변화 시대에는 지역 하천 고유의 취약 조건을 감안한 창의적 수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