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 광주 곤지암에 있는 보원요(寶元窯)를 다녀왔다. 지헌(知軒) 김기철(金基哲) 도예가의 가마에 불을 지피는 날이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지인들을 초대하여 저녁에 고사를 지내고 불을 때는데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점심때 조촐하게 치러졌다. 외출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던 내가 그곳을 다시 찾은 것은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재래식 용가마에서 소나무로 불을 지펴 전통 방식으로 도자기를 만드는 보원요가 개발 구역에 포함되어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었다.
보원요는 열정과 혼을 담아 도자기를 만들어 온 한 도예가의 창작 공간이자 삶의 터전이며, 또한 그 개인을 넘어서 모두에게 열린 자연의 광거(廣居·넓은 처소)이다. 법정 스님이 자주 찾았던 정담터였고 연꽃 다기의 향기로운 차를 마시며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랑방이다. 한 번이라도 보원요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그곳의 아름다운 자연의 정취를 잊지 못한다. 무엇보다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것은 지헌 선생의 작품이다. 넓은 마당 돌 위에 무심하게 놓여 있는 둥근 연꽃잎 수반(바닥이 얕고 평평한 그릇)에는 흙으로 빚은 조그마한 청개구리 한 마리가 개골개골, 비둘기 한 쌍은 금방이라도 날개를 펴고 날아갈 듯하다. 알알이 박혀 있는 석류 연적은 얼마나 사랑스럽고 앙증맞은가. 흙과 물과 바람과 불로 만들어진 도자기, 정성 어린 손길로 빚어진 작품은 소박하고 진솔한 작가의 모습처럼 친근하고 다정스럽다. 가마 안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개발 명목으로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파괴하고 있지는 않은지. 때로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개발하는 것보다 더 귀중하고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