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가 최근 세계 각국을 상대로 해킹을 통해 1조4000억원이 넘는 외화와 암호 화폐 등을 훔치려고 시도한 혐의로 북한 인민군 정찰총국 소속의 해커 3명을 기소했다. 미 당국자는 이들을 “세계 최대의 은행 강도”라고 했다. 대북 제재와 수해(水害), 코로나19 사태 등 3중고로 1990년대 이른바 ‘고난의 행군’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북한이 해킹 등 사이버 공격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의 해킹 능력을 갖춘 북한은 오랫동안 사이버 공격을 준비해왔다. 다른 전력보다 저렴하면서도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해킹으로 확보한 자금은 경제난 극복이나 핵 개발 등에 전용되고 있다. 김정은은 사이버전(戰)을 “만능의 보검”이라 강조하고 사이버 부대를 직속으로 통합 관리하고 있다. 북한은 해킹을 투자 대비 효과가 가장 큰 공격 수단으로 보고 집중 육성해 왔다. 북한 수재들의 집결소로 알려진 121국 해커부대는 1998년 창설 이후 1800여 명의 요원을 양성했다. 정찰총국 산하에는 모두 7000여 명의 해커가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2004년 한·미 연합훈련 기간 한국군 무선 통신망 80개 중 33개를 공격했고, 2009~2011년에는 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으로 청와대와 백악관 등 기관 40곳을 공격하기도 했다. 정부는 2019년 ‘국가 사이버안보 전략’을 마련해 시행 중이지만, 북한의 사이버 테러 능력에 비해 대응 능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점점 기승을 부리는 북한의 사이버전에 대비해 철저한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