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여파로 최근 5년간 초·중·고교 학생 수는 10% 줄었지만, 같은 기간 관련 교육 예산은 41조원에서 58조원으로 41% 급증했다. 지난해 각 시·도교육청의 남은 예산은 4조5000억원에 이르렀다. 국가 채무는 조만간 1000조원에 육박하는데 각 교육청은 남아도는 예산을 소진하기 위해 각급 학교에 마구잡이로 예산을 배정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코로나로 인한 학생들의 학습 결손 및 심리·정서 회복을 위한 지원금 명목으로 1인당 5만원씩 지급하는 데 834억원을 책정했다. 다른 지역 교육청도 비슷한 ‘교육 예산 잔치’를 벌이고 있다.

나라 곳간은 비어가는데 교육 예산은 남아도는 기이한 현상은 1971년 만들어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때문이다. 매년 내국세의 20.79%를 시·도교육청에 의무적으로 배정하다 보니 학생수와 관계없이 세수가 늘면 교육 예산도 같이 증가하는 구조다. 이 제도는 당시 중학교 무시험 진학으로 중학생 수가 증가하고, 초등학교 오전·오후반이 보편화할 정도로 학생 수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모자라는 교육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지난해 출생자 수는 27만여명으로, 1990년 출생자 수(65만여명)에 비해 반 토막이 났다. 교육교부금 제도를 만들 당시와 인구 구조가 완전히 바뀐 것이다. 현재 교육부 예산 76조원 중 유·초·중등교육 예산은 58조원으로 전체의 76.3%를 차지하는 반면, 점점 필요성이 높아지는 평생·직업교육 예산은 1조534억원으로 1.3%에 불과하다. 인구·사회 변화에 맞춰 교육 예산의 불균형을 조정, 넘쳐나는 유·초·중등교육 예산을 평생·직업교육 예산으로 돌려 운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