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은 필요한 원자재가 공급되지 않거나, 원료·자원을 원하는 장소로 이동시키지 못하는 물류 대란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원료 공급선을 확보해도 운송 수단이 없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우리나라 수출입 화물의 95%를 수송하는 해운 산업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최근 글로벌 물류 대란은 미국에서 컨테이너 박스와 선박 등이 극심한 병목 현상을 빚어 항만 운영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물류 대란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끼쳤다. 전 세계가 글로벌 체인으로 엮여 있어 한 국가의 물류 흐름이 차질을 빚으면 다른 나라 물류에도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한진해운 사태, 수에즈운하 에버기븐호 사고 때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최근 이런 물류 대란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이다. 정시(定時)도착을 특징으로 하는 정기선 해운의 미주 지역 정시 도착률이 20% 정도로 떨어질 정도다.
물류 대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운송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 수출입 화물을 적기에 실어 나를 선박과 컨테이너 박스, 항공기, 인력 등을 확보해야 한다. 가장 취약한 것은 컨테이너 박스이다. 20여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가 컨테이너 박스의 90% 이상을 만들었다. 하지만 인건비 상승 등으로 컨테이너 제작 사업이 대부분 중국으로 넘어갔다. 지금은 중국이 세계 컨테이너 박스의 9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 측이 컨테이너 박스 제작 및 수출에 미온적이면 우리나라 정기선사 및 수출업자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정부는 충분한 운송 수단을 보유하고 컨테이너 제작 능력 등을 갖춰 운송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