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2024년부터 초·중등학교 교과서에서 국악이 퇴출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악계가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가 최근 공개한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 시안을 보면, 기존 교과서에 있던 국악 고유 용어와 활동 등을 명시한 내용이 대부분 삭제되는 등 국악 교육이 전면 축소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초·중등 교과서에는 지난 2000년부터 국악이 비중 있게 포함되기 시작했고, 2007년 개정 교육 과정에서는 국악 교육의 질적 제고를 위한 내용이 체계적으로 다듬어졌다. 이런 20여년 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새 교과서에서는 국악 관련 내용이 대부분 삭제돼 국악 교육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초·중등학교에서 국악을 가르쳐야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첫째, 국가와 국민의 정체성 문제다. 선진국은 예외 없이 문화 강국인데, 그들의 수준 높은 문화와 호소력은 각국의 문화적 정체성과 분리할 수 없다. 둘째, 전통 음악을 포함한 전통 문화는 인류의 소중한 문화 유산이다. 정부가 우리 전통 문화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것은 물론 인류의 성숙한 일원으로서 문화적 책임을 다한다는 의미도 있다. 셋째, 청소년 교육 과정에서 국악을 홀대하는 것은 한창 물이 오르는 한류 및 K컬처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BTS의 ‘아이돌’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탈춤, 애플TV플러스 드라마 ‘파친코’에 등장한 ‘춘향가’ 한 대목 등 전세계가 한국 전통 문화에 감동하는데, 정작 본고장의 자라나는 세대들은 탈춤이나 판소리를 낯설게 여기도록 교육받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국인의 섬세한 정서가 담긴 국악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생활화하며 재창조할 수 있도록 청소년 국악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