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어린이날이 제정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소파(小波) 방정환 선생(1899~1931)을 비롯한 일본 유학생들이 1923년 어린이 문화운동 단체인 ‘색동회’를 만들어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정했다. 광복 이듬해인 1946년부터는 5월 5일로 변경했다.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날을 제정한 것은 어린이의 인격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그들의 행복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오늘날 어린이들이 겪는 현실을 돌아보면 이들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하고 생명까지 위협하는 학대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 2020년 국내 아동 학대는 3만900여 건 발생해 전년 대비 2.9% 늘었다. 아동 학대를 한 사람은 부모가 전체의 82.1%를 차지했다. 아동 학대는 신체적 학대는 물론 정서 학대, 성적 학대, 방임과 유기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최근 언론에 보도되는 아동 학대 사건을 보면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다.

어린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존엄한 존재다.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하게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지난해 국내 합계 출산율(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수)은 0.81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이런 저출산 문제는 우리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국가적 과제다. 한 아이 한 아이가 우리 사회를 지탱할 소중한 꿈나무들이다. 100년 전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치어다보아 주시오’라고 어른들에게 당부했던 말을 되새겨보자. 서울 망우리역사문화공원에 있는 선생의 유택에는 ‘童心如仙(동심여선)’이라고 쓰인 묘비가 서 있다. ‘어린이 마음은 신선 같다’는 뜻이다. 가슴이 뭉클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