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밤 9시, 세종시에 있는 한국복합물류센터의 조명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전 국민이 에너지 절약에 동참하자는 취지로 열린 ‘제19회 에너지의 날’ 소등(消燈) 행사 중 하나다. 이날은 예년 행사와 달리 각종 등이 일시에 꺼진 것이 아니라 조명 품질을 유지하면서 주위 환경 등에 따라 밝기를 조절하는 ‘스마트 디밍’(dimming)이 선보였다. 스마트 디밍은 상황에 따라 등의 밝기를 자동 조절해 적정한 밝기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스마트 가로등의 경우, 심야 시간에 평소의 절반 정도 밝기를 유지하다가 동작 감지 센서를 통해 사람이나 차량이 지나가면 자동으로 빛 밝기를 높인다. 무조건 에너지 수요를 줄이자는 데서 한 발 나아가 가장 효율적으로 에너지 수요를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전 세계가 에너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 에너지 절약 및 효율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 중 조명은 가정 부문 5대 에너지 소비 분야이면서 국가 전력 소비의 13%를 차지할 만큼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불을 끄는 것’이 능사였다. 하지만 이제 기술 혁신으로 불을 끄지 않고도 상황에 맞게 조명을 이용할 수 있다. 조명은 형광등에서 LED 조명으로, 나아가 주변 환경에 맞춰 밝기가 자동 조절되는 스마트 조명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스마트 조명은 형광 램프 대비 46~50%, LED에 비해 13~15%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다. 정부는 2024년까지 터널, 지하철, 공원 등을 대상으로 실증 연구를 추진해 본격적인 스마트 조명 시대를 열어갈 계획이다. 에너지 위기 시대를 맞아 효율적인 에너지 수요 관리가 가장 효과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