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실패한 곳에 정부가 나서야 하는데, 우리나라 의료 인력 시장이 바로 그곳이다. 의료 수요가 있는 곳에 인력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의사 수 자체가 부족하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2.3명(한의사 포함)으로 OECD 평균 3.5명의 65.7%에 불과하다. 특히 진료 과목·지역 간 인력 쏠림 현상은 도를 넘었다.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외과 등 필수 진료 과목은 돈 안 되고 힘들다 해서 의사가 없다. 지역 소재 의료원에는 연봉 4억원을 들이밀어도 의사를 구하기 어렵다. 응급실을 찾아 ‘뺑뺑이’를 돌다가 거리에서 눈을 감은 사람들이 벌써 몇 명인가. 엄마들은 아픈 아이를 끌어안고 병원을 못 찾아 거리에 눈물을 뿌리고 있다.

지역 및 필수 의료 공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의대 신설을 서둘러야 한다. 공공의대에서 정부 지원으로 공부한 의료 인력이 졸업 후 의료 취약 지역 혹은 필수 진료 과목에서 최소 10년 이상 근무하도록 해야 한다. 비슷한 성격의 일본의 자치의대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자치의대 출신 의사의 68%가 의무 복무 기간 10년을 넘겨도 출신 지역을 떠나지 않고 정착했다.

기존 의대 정원을 늘리는 방안도 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기존 의대에서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등으로 쏠리는 문제를 정부가 제어하려 할 경우 그 자체가 시장 논리를 무시하는 처사다. 기존 의대 체제에서 공공성을 강화하려 할 경우 일반 의대생 집단과 공공의료에 투입될 의대생 집단 간 장벽과 차별이 생겨 의료교육은 방향성을 잃을 것이다. 의술을 통해 공공과 지역에 봉사하고 싶어 하는 인재들의 열망을 담아내는 공공의대 신설을 통해 지역 및 필수 의료 인력을 본격 양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