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완성을 선언한 북한이 툭하면 핵무기 사용 위협을 하고 있다. 북핵이 위험한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우리는 애써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북한의 핵 미사일이 머리 위로 날아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북핵은 우리에게 ‘회색 코뿔소’ 같다. 회색 코뿔소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 요인을 말한다. 그 코뿔소의 발소리가 더 빨라지고, 땅을 흔드는 울림도 커지고 있다. 지금 대비하지 않으면 그 뿔에 받쳐 내동댕이쳐질지 모른다.
핵 위험에 대비할 때 가장 큰 장애물은 공포감이다. 언론은 섣부른 예측 또는 단편적인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핵 피해를 과장하곤 했다. 이런 모의 시험 결과는 대부분 사막·해상에서 실시한 핵실험 자료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대도시를 대상으로 한 시뮬레이션에는 적합하지 않다. 실제로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은 콘크리트 건물을 넘어뜨릴 만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피폭 후 사진이 처참한 것은 히로시마가 대부분 목조 건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당시 핵폭발 원점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던 사람이 생존한 사실도 핵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을 줄일 수 있다. 핵폭발 지상 원점에서 불과 170m에 있던 사람은 폭발 직전 건물 지하창고로 내려가 살아남았고, 석조 건물 안쪽에 있었던 일부 사람들도 생존했다.
가공할 핵무기 앞에서 중요한 것은 핵 공격에 대비하는 것이다. 핵 폭발 직후 수 분 이내에 발생하는 폭풍, 열복사선, 초기 핵방사선, 방사성 낙진 피해 등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대비하면 생존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국민 모두가 핵 공포에서 벗어나 스스로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핵 민방위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