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기업이 인수하지 않을 경우 미국 내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촉발된 틱톡(TikTok) 드라마가 지난 주말 한 고비를 넘겼다. 오러클이 이번 딜에 공을 들여온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인수 기업으로 선정된 것이다. 백악관의 최종 승인이 남아있지만, 창업자 래리 엘리슨이 트럼프와 긴밀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새로운 이슈가 터지지 않는 한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가 글로벌 시장을 위해 키운 틱톡의 미국, 호주, 뉴질랜드 서비스는 오러클이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틱톡 인수에 참여하려는 월마트

그런데 협상이 아직 진행 중이던 이달 초에 흥미로운 뉴스가 나와 업계를 놀라게 했다. 월마트가 틱톡 인수에 참여하고 싶어 오러클과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저가 대형 매장의 대명사인 월마트가 10, 20대가 댄스 영상을 올리는 동영상 소셜미디어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의아해했다. 더 흥미로운 소식은 오러클이 승리한 후에 나왔다. 월마트는 인수전에 함께 참여했던 MS가 탈락하자 곧바로 말을 갈아타고 오러클의 틱톡 인수에 지분 참여를 하고 싶다며 협상에 들어간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오러클과 MS의 대결이었지만, 틱톡을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기업은 월마트인 모양새다. 월마트는 무슨 계산을 하고 있는 걸까?

/일러스트=이철원

월마트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온라인 상거래의 강자 아마존을 이해해야 한다. 두 기업은 미국 리테일 시장의 양대 거인이다. 월마트는 오프라인에서, 아마존은 온라인에서 미국 시장 1위를 달린다. 하지만 여전히 오프라인 시장이 크기 때문에 매출액과 순이익, 그리고 리테일 시장점유율에서 월마트가 월등히 앞선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기업의 가치를 보여주는 시가총액은 아마존이 월마트의 4배가 넘는다. 이유는 ‘온라인이 비즈니스의 미래’라고 굳게 믿는 투자자들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기대대로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상거래는 꾸준히 성장해왔다. 월마트의 위기의식이 여기에 있다. 하루아침에 망하지는 않겠지만 오프라인만 믿다가는 의미 없는 작은 플레이어로 전락할 것은 뻔한 일이다. 월마트가 혁신 시도를 게을리한 것도 아니다. 미국 남부 아칸소에 본사가 있는 월마트는 2005년에 멀리 실리콘밸리에 월마트 랩(Labs)을 세우고 디지털 변신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도록 월마트의 온라인 부문은 전체 매출의 3%에 불과했다.

온라인 강자 아마존에 던진 도전장

그 시점에 시가총액까지 아마존에 추격당하면서 충격을 받은 월마트는 당시 막 떠오르던 제트(Jet.com)라는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무려 33억달러를 주고 인수했다. 또한 미국 시장 내에서의 경쟁에 그치지 않고 아마존이 야심 차게 진출한 인도에서 전자상거래 1위 기업인 플립카트(Flipkart)를 인수해서 아마존과 맞대결을 펼치는가 하면, 알리바바에 이어 중국 2위의 전자상거래 기업인 징둥닷컴의 주식 5%를 일찌감치 사들이는 등 투자를 통한 온라인 학습에도 노력했다.

미국 내에서 틱톡의 지분을 인수할 기회가 생기자 파트너를 교체해가면서 집요하게 추구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전략의 연장선 위에 있다. 바이트댄스는 틱톡의 중국 내 쌍둥이 서비스인 더우인(Douyin)을 동영상 기반 전자상거래 서비스로 키우고 있는데, 월마트는 미국판 틱톡이 장래에 전자상거래 기능을 도입할 경우 파트너로 참여하려는 큰 그림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월마트의 온라인 매출은 꾸준히 성장해서 올해 전체 매출의 11%가 온라인 부문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미국 온라인 시장 전체의 5%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에서 많은 실패를 경험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밤낮으로 아마존을 추격해온 결과 드디어 그 결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존이 초기부터 전자상거래의 1등을 놓치지 않은 영재(英才)라면, 월마트는 노력형 학생에 가깝다. 그런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옛말처럼 이제 막 피어나고 있는 월마트의 온라인 부문에 뜻하지 않은 단비가 내렸다. 바로 코로나19 팬데믹이다. 월마트의 주 고객 층은 아무래도 중산층 이하가 많은데, 이들은 온라인보다는 매장을 직접 방문하는 오프라인 구매를 선호하기 때문에 월마트의 온라인 전환이 힘들었다. 그런데 팬데믹으로 사람들이 매장에 가기를 꺼려 하면서 온라인에서 구매하고 매장 주차장에서 픽업을 하는 월마트 특유의 판매 방식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아마존은 ‘영재형’, 월마트는 ‘노력형’

박상현 코드 미디어 디렉터

고객들이 비로소 자사의 온라인 매장에 눈을 뜨자 월마트는 때를 놓치지 않고 아마존의 회원제 서비스인 프라임을 정면으로 겨냥한 ‘월마트 플러스’를 출시했다. 연회비를 아마존 프라임보다 낮게 책정하고 무제한 무료 배송 등 다양한 혜택을 넣었지만 진짜 승부처는 따로 있다. 바로 아마존이 따라오지 못하는 막강한 식료품 코너, 그리고 매장에서 제품을 집어 들고 스마트폰 앱으로 제품을 스캔, 결제한 후 계산대를 거치지 않고 떠날 수 있는 ‘스캔&고’ 기능이다. 팬데믹 때문에 계산대 앞에 길게 줄을 서는 것을 싫어하는 고객들에게 회원 가입을 유도할 수 있는 시의적절한 서비스다.

월마트의 디지털 혁신을 지켜봐온 전문가들은 월마트가 아마존을 비롯한 디지털 선진 기업들로부터 착실하게 배웠지만, 진정한 승부처는 온라인 기업이 흉내 내기 힘든 오프라인의 강점을 섞은 서비스에서 찾았다고 평가한다. 월마트의 온라인 진격기는 뼛속까지 오프라인인 기업이 어떻게 디지털 혁신을 이루는지 보여주는 교과서 같은 케이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