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인생과 권력의 무상함을 묘사하는 말로 이보다 더 압축적인 말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더군다나 한 해를 마무리하는 스산한 12월이면 이 우주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지극히 평범한 이 말은 더욱 실감난다. 어느 누구도 끝 혹은 소멸을 피할 순 없다. 콘크리트 지지율이라는 말이 여전히 한국 정치계를 좌우하는 금과옥조지만 60년을 넘게 버텨온 어떤 ‘콘크리트’도 한순간에 먼지로 사라지고 마는 것을 우리는 똑똑히 보았다.

프랭크 시나트라

미국 스탠더드 팝 음악의 아이콘 프랭크 시나트라가 쉰네 살이 되던 해인 1969년에 발표하여 아직까지도 노년의 장엄한 찬가로 남아 있는 ‘My Way’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주제어는 ‘나만의 길’. 즉 나만의 방식이다. ‘나는 계획한 그 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옮겼어/ 이보다 더더욱 중요한 것은 내 방식대로 수행했다는 것이야.’

기나긴 도중에 후회가 없을 리 없다. 그러나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그것도 예외를 두지 않고 끝까지 해내야 한다고 초로에 들어선 시나트라는 힘주어 말한다. 마흔다섯 살에 그림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하여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정력적인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는 영국의 할머니 화가 로즈 와일리의 전시회가 한국에서 열리고 있다. 그의 상상력은 동화처럼 소박하지만 창의적인 개성으로 빛난다.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이자 감독인 요기 베라는 타임아웃제가 없는 야구의 특성을 바탕으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라는 유명한 명언을 남겼다.

‘My Way’는 1200곡이 넘는 프랭크 시나트라의 방대한 취입곡 중에서도 인생작이라고 꼽히는 명작이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이 노래를 지극히 싫어했다고 그의 딸 낸시가 나중에 밝혔다. 이렇듯 인생은 또한 아이러니로 가득 차 있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묘비명은 그의 노래 제목이기도 한 ‘The Best is yet to come’이다. 최고의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