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놀포 디 캄비오, 산타크로체 성당, 1294년 이후, 피렌체 소재.

‘스탕달 신드롬’이란 위대한 예술 작품을 마주했을 때 감동을 넘어 어지럼증, 호흡곤란, 두근거림, 전신 마비 등 온갖 이상 증세를 느끼는 경우를 말한다. 1817년, ‘적과 흑’으로 잘 알려진 소설가 스탕달이 이탈리아 피렌체의 산타크로체 성당을 방문했다가 심장이 과하게 뛰고 극도의 탈진 상태에서 쓰러질 것 같은 공포를 느꼈다고 기록한 데서 유래했다.

프란체스코 교단 최대의 성당인 산타크로체는 조각가이자 건축가 아르놀포 디 캄비오(Arnolfo di Cambio·약 1240~1300)가 1294년 건립에 착수했다. 그러나 그 자리에는 성 프란체스코가 직접 세웠다는 성당이 오래전부터 있었고, 아르놀포 사후에도 수세기 동안 건축이 지속됐으니 한 사람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다. 산타크로체는 내부에 예배당이 열여섯 개나 있고 그중 대부분을 중세 최고 화가였던 조토와 제자들이 장식했다. 그러나 이 성당은 다른 무엇보다도 위대한 이탈리아인들의 무덤으로 유명하다. 마키아벨리, 미켈란젤로, 갈릴레이 등의 무덤이 바로 여기에 있어서 ‘이탈리아 영광의 사원’이라고도 한다. 스탕달이 이곳에 발을 들이고 졸도할 만큼 흥분했던 것은 한 예술품을 보고 감동받았다기보다는 이토록 위대한 이들에게 둘러싸여 마치 신(神)을 영접한 것 같은 전율을 느꼈기 때문이다.

성당이든 미술관이든 마음 편히 갈 수 없게 된 지 곧 1년이다. 전 세계 유수의 미술관들이 온라인으로 내부를 공개하고 있지만, 모니터로 작품을 보고 쓰러질 듯 감동하기는 어렵다. 언젠가 팬데믹 시기가 끝나고 미술품을 눈앞에서 보게 된다면 많은 이가 ‘스탕달 신드롬’을 겪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