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ce Springsteen ‘Hungry Heart’

‘볼티모어에 아내와 아이들이 있었어 /드라이브하러 나간다고 하고 다시 돌아가지 않았지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는 강물처럼 /방향을 잘못 잡았지만 /그냥 계속 가고 있는 거야 /누구에게나 간절함이 있어 /모든 사람이 간절하다고!’

유명한 미국의 재즈 아티스트들, 특히 가난한 환경 출신의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독특한 애칭을 가졌다. Duke(공작), Count(백작), Prez(대통령) 등등. 백인 지배 사회에서 이들이 귀족이 될 순 없다. 물론 21세기가 되어서야 아프리카계 미국 대통령이 등장했지만 레스터 영이 활약하던 1940년대에는 그중 일원이 백악관의 주인이 될 것이라고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뉴저지 출신의 위대한 로커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데뷔 직후부터 ‘보스’로 불렸다. 무슨 암흑계 뉘앙스의 보스가 아니라 그가 절망에 빠진 미국 노동자 계급의 마음을 대변하는 노래들을 지속적으로 불렀기 때문이다.

세계 최강국이라지만 미국의 양극화 그늘은 깊다. 상위 1%가 나라 전체 부의 40%를 독점하는, 나아가 상위 10%가 70%를 점유하는 상황에서 노동자 계급의 박탈감은 끊임없이 증폭되었다.

세계 자본주의가 늪에 빠진 1970년대가 문을 닫고 새로운 십년대가 시작하는 벽두에 그는 이 노래를 발표했다. 모든 자긍심이 무너져버린 절망의 백척간두에서 굶주린 간절함을 거칠게 토해낸다.

‘누구나 바라는 것이 있지/ 누구나 쉴 수 있는 곳을 원해/ 누구나 집을 가지고 싶어하지/ 아무도 관심 없는 것으로 차이를 만들려고 하지 마/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 누구나 간절하다고!’

정치는 실종 중이고 가정 경제는 파국 일보 전이며 생존은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2020년의 대한민국의 끝자락에서 40년의 시간을 건너뛰어 이 노래는 우리의 지친 가슴 한가운데로 직진해온다.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한다지만 우리 삶의 본질은 어떻게 한 번도 변하지 않는다. 잘 가라, 2020년, 다신 보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