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비메탈 그룹 '메가데스(Megadeth)'의 음악 ‘Washington is Next!’가 수록된 음반 'United Abominations'(2007) 커버.

미국의 민주주의는 시인 프로스트가 읊었듯이 ‘(어디에도) 빚지지 않은 선물’이었다. 고대 로마에서 비롯되었던 공화주의는 로마가 제정으로 옮겨간 뒤에도 ‘팍스 로마나(Pax Romana)’의 토대를 이루었고, 그 정신은 신대륙 미국에서 ‘세기를 이끄는 새로운 질서(Novus Ordo Seclorum)’에서 절정의 꽃을 피우며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지구촌 전체를 사실상 지배했다.

미국의 연방의회는 미국적 공화주의의 본질인 대의제 민주주의의 상징적 공간이다. 그 공간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의제 민주주의의 뼈대인 선거의 결과를 부정한 일군의 트럼프주의자들에 의해 파손되었다. 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에도 1월 20일로 예정된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날에 트럼프 지지자들이 ’100만 민병대 행진'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뒤를 잇고 있다.

미국의 인장과 세계의 통화라고 할 수 있는 ‘1달러’짜리 지폐 뒷면에도 새겨진 이 라틴어 ‘새로운 질서’가 트럼프 시대에 이르러 내부의 모순과 외부에서의 혼란으로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미국의 90년대를 질주한 스래시 메탈의 사대천왕 중의 한 팀인 메가데스의 리더 데이브 머스테인은 2007년에 발표한 ‘Washington is Next!’에서 자신의 조국의 위대한 신질서를 정면에서 비판했다. 그것은 새로운 노예 제도이며 사람들을 계속 가난하고 어리석게 만드는 장치일 뿐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찢어놓고 건강을 부수지/ 어린아이들의 마음에 섹스와 전쟁과 폭력을 선전하지/ 그리고 부모와 선생들을 비난하지/ 너희 잘못이라고/ 가지지 못한 자들이 가진 자들에게 능욕당하고 포박되지….’

자본주의와 패권주의, 군수 산업과 전쟁 같은 강한 메시지를 주로 다뤄왔던 데이브 머스테인은 절규하는 후렴에서 자신이 꿈꾼 환상을 소리치며 경고한다. ‘일곱 개의 제국이 무너졌고 그다음, 여덟 번째로 무너질 거짓 왕국은 다름 아닌 워싱턴’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