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대, 어떤 사회건 건드려서는 안 되는 인계철선이 존재한다. 그 인계철선이 끊어지는 순간 집단적인 공분의 감정이 순식간에 끓어오르며 모든 방어 논리를 무력화한다. ‘(빵이 없으면) 브리오슈를 먹으면 될 것을.’ 루이 16세의 불운한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는 자신이 한 적도 없는 말로 순식간에 프랑스 민중의 악마가 되었다. 사실 이 부부는 부르봉 왕조의 선대들에 비하면 오히려 소박하고 절제된 삶을 살았다.

다이어 스트레이츠는 1980년대 전반기 뮤직 비디오 붐을 타고 오로지 비주얼적인 포장에만 열을 올리며 스타가 된 이들을 대놓고 공격하는 ‘Money for Nothing’, 곧 ‘불로소득’의 노래를 발표하며 의미심장한 성공을 거두었다.

굶주린 이들 앞에서 먹는 것으로 조롱하면 안 되듯 인간의 기초적인 생존 기반인 집이나 땅을 자신의 욕망의 대상으로 삼는 시도 또한 매우 위험하다. 더구나 잇단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집 없는 자의 박탈감이 최고조에 달한 작금의 시기에 LH 공사 직원들이 벌인 일련의 도덕적 해이와 주무 부처 장관의 어이없는 두둔 발언은 현 정부에 치명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거개의 인간은 은밀히 ‘불로소득’의 환상을 공유한다. 부동산과 주식에서 비트코인 혹은 로또에 이르는 모든 크고 작은 투기 행위엔 불로소득을 향한 달콤한 욕망이 숨어 있다. 그런 까닭에 그 대열에 합류하지 못했다고 해서 사람들은 자학은 할지언정 분노하지 않는다. 하지만 투기가 후회하게 될 바보짓이라고 공언한 정부의 정책을 믿었다가 배신당한 것으로 모자라 무능력자로 조롱까지 받게 된다면 그 감정의 인계철선은 끊어지고 만다.

영국이 낳은 일렉트릭 기타의 창조적인 혁신자인 마크 노플러가 이끈 다이어 스트레이츠는 1980년대 전반기 뮤직 비디오 붐을 타고 오로지 비주얼적인 포장에만 열을 올리며 스타가 된 이들을 대놓고 공격하는 ‘Money for Nothing’, 곧 ‘불로소득’의 노래를 발표하며 의미심장한 성공을 거두었다. 마크 노플러가 비판한 스타들은 그래도 매혹적으로 보이려 노력했다. 그리고 범죄도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