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ho, 'Water'(1971)

물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면서 공기와 함께 생존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인류의 문명은 물을 다스리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그래서 물은 권력의 원천이기도 하다. 일찍이 노자는 ‘도덕경'에서 상선약수(上善若水), 곧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고 비유했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해주면서 서로 다투지 않으며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머무니 이게 도가 아니고 무엇이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만큼 물은 치명적이다. 5%의 수분이 고갈되면 인체는 혼수상태에 빠지고 12%가 사라지면 생명을 잃게 된다. 인체뿐만 아니라 사회도 마찬가지인데, 우리나라가 사막이 많은 이집트보다도 더 상태가 불량한 물부족 국가로 지목되고 있는 것은 이젠 새삼스러운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독일인보다 일인당 세 배 많은 물을 소비하며 프랑스보다도 140%를 더 쓴다. 지금 이 순간에도 31국 5억명 이상의 인구가 심각한 물의 결핍으로 시달리고 있다. 이 수치는 점점 확대될 것이다.

UN이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하여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제정한 것은 1993년이다. 우리는 그보다 앞서 1990년에 7월 1일을 물의 날로 정했지만 물 부족의 심각성은 여지껏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1970년대 초 미국에서 돌아온 청년 한대수는 ‘이 비만 온다면 나는 다시 일어나리’를 걸쭉하게 외치며 물을 달라고 부르짖었고, 동숭동 서울대 미대생이던 김민기는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노래 ‘아침 이슬'을 만들었다. 오십 년 전 그 순간이 바로 한국 청년 문화의 발화점이다.

바로 그때, 지구의 반대편 영국에서는 둔중하고 강력한 메탈 사운드를 앞세운 전설적인 하드록 밴드 ‘더 후(The Who)’가 ‘물(Water)’을 노래했다. 갱들을 혐오하는 배심원도, 힘들게 먹고사는 가난한 이도, 악마처럼 운전하는 트럭 운전사들도, 그리고 누군가의 딸들도, 그들 모두 물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물은 갈증을 넘어서게 해주는 구원이다. 모든 것들이 불타오르는 이 혼돈의 세상 속에선 더욱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