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ney Houston ‘Battle Hymn of the Republic’(1991)

지금으로부터 꼭 160년 전 오늘, 남부 동맹의 보러가드 장군이 이끄는 부대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섬터 요새를 포격하면서 이후 4년간 100만명이 넘는 사상자를 내게 되는 남북전쟁이 발발한다.

미국 독립전쟁 영웅의 아들이자 미국 전쟁 사상 최고의 지휘관으로 꼽히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노예제 폐지론자였던 로버트 리 남부 총사령관의 고군분투에도 남부동맹은 처음부터 승산이 없었다. 4배가 넘는 백인 인구, 그보다 더 우월한 공업 생산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대 정신이 북군의 것이었다.

독립전쟁이 미국의 국가가 된 ‘The Star-Spangled Banner’를 낳았다면 남북전쟁은 국가만큼이나 오늘날 미국인의 사랑을 받는 국민 애창곡 ‘Battle Hymn of the Republic’을 탄생시켰다. 너무나 유명한 후렴인 ‘Glory, Glory, Hallelujah!’ (송창식과 조영남은 이 노래를 개사한 ‘조국찬가'에서 ‘영광, 영광, 대한민국!’으로 불렀다)를 탑재한, 일명 ‘공화국 찬가’인 이 노래의 산파역은 놀랍게도 줄리아 워드 하우라는 노예제 폐지 여성 운동가였다. 그녀는 남부 개신교의 찬송가 후렴구이자 북군의 병사들이 부르던 노래인 ‘존 브라운의 시체'에 ‘주의 진실이 행진을 시작하네’라는 장엄한 분위기의 새로운 가사를 입혀 북군의 애국가를 만들었다.

인간의 존엄성을 찬양한 이 노래는 2차 세계대전의 주역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사랑한 노래로도 널리 알려졌는데, 따라서 수많은 가수와 합창단이 이 노래를 앞다퉈 불렀다. 로버트 쇼 합창단과 미 육군 야전밴드의 노래와 연주는 완벽하다. 젊은 존 바에즈의 버전은 1960년대 인종차별 반대 행진의 선두에 섰던 그녀의 철학과 애티튜드가 반영되어 있어 찡하다.

하지만 1991년 절정기를 구가하던 휘트니 휴스턴이 버지니아주 노포크에서 있었던 ‘Welcome Home Heroes’ 콘서트 버전은 무엇보다 환상적이다. 이 디바는 같은 해 수퍼볼 결승전에서 ‘The Star-Spangled Banner’의 불멸의 종결판을 만들기도 했다. 그녀가 부르면 국가도 감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