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나 '손에 손잡고'

세계대전만이 멈추게 했던 올림픽이었지만, 작년 도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하계 올림픽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열리지 못했다. 일 년을 연기했지만 스가 일본 총리의 우물쭈물하는 최근 발언으로 볼 때, 도쿄올림픽은 아예 오리무중이 된 거 같다.

도쿄올림픽은 지난 20~30년간 상대적으로 실추된 재팬 브랜드의 건재를 알리려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런 천재일우의 기회를 날리게 되었으니 일본의 허탈감은 우리의 짐작보단 훨씬 대단할 것으로 보인다.

도시 빈민의 강제 추방 같은 어둠 속에 묻힌 수많은 사회적 부작용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1988 서울올림픽은 지금 돌이켜보건대 우리나라는 물론 전 지구촌의 터닝 포인트를 가져온 기적 같은 선물이었다. 직전 네 번의 올림픽이 이스라엘 선수단에 대한 테러, 인종차별에 대한 아프리카 국가의 보이코트, 그리고 냉전의 양대 축이 번갈아가며 불참하는, 파행으로 얼룩진 반쪽짜리 올림픽이었음에 반해 서울올림픽은 비록 북한의 불참이 있긴 했지만 전 지구촌이 오랜만에 하나의 깃발 아래 모여 평화와 공존의 메시지를 공유하는 화합의 장이 되었다. 이 올림픽 다음 해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오랜 동서 냉전이 종언을 고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

그리고 서울올림픽은 올림픽 역사상 가장 성공한 주제가가 탄생한 대회이기도 하다. 처음 채택된 노래는 아리랑의 테마가 기저에 깔린 김연자의 ‘아침의 나라에서’였지만 올림픽 직전 보다 글로벌한 감수성을 원했던 조직위원회는 세계 메이저 음반사들의 공모를 통해 세계적인 신스팝 프로듀서이자 아카데미와 그래미를 휩쓴 조르조 모로더가 출품한 ‘Hand in Hand’를 최종적으로 선정한다.

유럽에서 활동하던 한국인 그룹 코리아나가 부른 이 주제가는 무려 1700만 장 이상 판매되었고 독일과 일본 등 17국에서 음반 판매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이듬해 동독의 시위대가 이 노래와 함께 장벽을 향해 행진하며 평화를 염원하는 글로벌한 투쟁가의 반열까지 오르게 된다. 노랫말처럼 이들은 벽을 넘고, 결국 무너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