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nberries, ‘Ode to My Family’(1994).

언제부터인가 5월을 가족의 달로 인식하게 되었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5월 초순에 몰려있고, 중순에는 가족과는 상관없지만 스승의 날까지 끼어들어서 일종의 가족 주간을 형성한 까닭일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같은 대표적인 서구 국가엔 어린이날이란 개념이 아예 없고 부모를 기리는 날도 아버지의 날, 어머니의 날, 양친의 날을 따로 제정하여 기리는 나라도 많기 때문에 5월이 가족의 달이라는 것은 그렇게 세계적인 보편성을 가진 것은 아니다.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한반도에 살던 거개의 민초들에게 5월은 어쩌면 잔인한 시간이었다. 주식인 쌀은 바닥나고 보조 곡식인 보리는 아직 수확 전이라 ‘보릿고개’라 불리던 혹독한 춘궁기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가족은 인류가 문화와 종교의 차이를 넘어 본능적으로 수호하는 가장 공통의 가치이다. 아일랜드의 얼터너티브 그룹 크랜베리스는 이 밴드의 프런트 우먼인 돌로레스 오리어던의 몽환적인 보컬 톤으로 20세기 말 대륙을 가로지르는 지지를 얻었다. 이들의 두 번째 앨범에 수록된 이 ‘가족 송가’는 평탄하지 않은 유년 시절을 보낸 돌로레스의 가족에 대한 독백으로, 유독 우리나라에서 오랜 기간 동안 사랑받았다.

“난 어렸을 때 불행했어/ 뭐 우린 신경 쓰지 않았지만/ 우린 그렇게 컸거든/ 원한다면 삶을 즐겁게 보낼 수 있다고/ 내 엄마는 날 붙잡아주셨지/ 우리 아버진 나를 좋아해주셨어/ 뭐 아무도 관심 없었지만….”

돌로레스의 아버지는 젊을 때 이미 뇌손상을 심하게 입은 농장 노동자였으며 어머니는 학교 급식원이었다. 이들 사이에 9남매의 막내로 자란 돌로레스의 형제 둘은 유아기에 사망했다. 부모와 형제·남매의 유대감만이 그들을 지키는 아슬아슬한 보루였다.

하지만 세계적인 성공도 그녀에게 안식의 거처를 만들어주지 못했다. 46세의 이른 나이에 자녀 셋을 남긴 싱글맘으로 심한 우울증과 거식증을 거듭하다 알코올 쇼크로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