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na Donna’ (1960)가 수록된 Joan Baez의 앨범 '존 바에즈', 미국 발매. /뱅가드 레코드
‘Donna Donna’ (1960)가 수록된 Joan Baez의 '1집'(Volumen 1), 멕시코 발매. /뱅가드 레코드

젊은 존 바에즈의 청아하고 구슬픈 음색으로 낭랑하게 울려퍼지는 ‘Donna Donna’는 영어 버전이 탄생하기 20년 전 아론 자이틀린이 제작한 이디시어 연극에 사용된 노래였다.

이디시어는 동유럽 아슈케나지 유대인들의 언어다. 히브리어, 아랍어, 로마어, 슬라브계 언어 등 다양한 소스로 만들어진 이 언어는 클레즈머(Klezmer)라는 애수 짙은 음악을 낳았지만 나치에 의해 아슈케나지 유대인들이 대량 학살되면서 그 명맥이 거의 끊기고 말았다. 클라리넷과 바이올린, 그리고 거의 요들과 같은 스캣이 가미된 이 애수 어린 선율은 유대인들이 등장하는 할리우드 영화에 간간이 나왔고, 특히 ‘지붕 위의 바이올린' 같은 뮤지컬을 통해 세계인의 공감을 얻었다.

‘Donna Donna’의 노랫말은 아우슈비츠에서 생을 마감한 유대인 시인 이작 카체넬존이 기적적으로 남긴 시를 바탕으로 한다. “송아지들은 쉽게 잡혀서 도살장으로 끌려가지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도 모르는 채 /하지만 누구든 자유를 소중히 여긴다면 /제비처럼 나는 법을 배워야 한다네.” 이런 송아지에게 농부는 말한다. 누가 너더러 송아지가 되라고 했냐고, 불평하지 말고 운명을 받아들이라고 말이다. 도살장으로 끌려가며 눈물을 흘리는 송아지가 가스실로 끌려가는 유대인의 운명을 비유하고 있음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겠다.

하도 많은 기념일이 있는 5월이라 아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5월 20일은 2007년 우리 정부가 제정한 세계인의 날이다. 다양한 민족, 문화권의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고 공존하는 다문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를 되새기는 날이지만 이스라엘 정부와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연일 미사일과 공습으로 충돌하고 있는 소식은 우리를 어둡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