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밀레니얼은 어쩌다 번아웃이 되었는가!’ 라는 제목의 ‘버즈피드’(미국 온라인 매체)의 기사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얼마 전, 후배에게서 그들의 번아웃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그녀는 새로운 남자 친구를 찾는 일도 이직하는 일도 지쳤다고 했다. 심지어 “나만 없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포모 증후군’ (FOMO·FEAR OF MISSING OUT)에 떠밀려 산 주식 가격이 떨어져 멘붕이라고 했다. 오징어게임, 삼성전자, 갭 투자, 노마드적인 삶 같은 소위 ‘대세 열광’은 ‘포모 증후군’의 연료다. 나는 그녀에게 ‘조모’(JOMO·JOY OF MISSING OUT)가 있는 걸 아냐고 물었다.

‘조모’는 ‘포모’의 반대 개념이다. 선택하지 않아서 놓칠까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선택하지 않아서 생기는 즐거움을 뜻한다. 가령 결혼하면 잠재적 연인을 찾을 기회는 사라진다. 하지만 기회를 포기한 대가로 안정감이 찾아온다. 더 이상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기쁨이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포모’ 증후군이 미래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일한 해독제는 ‘지금’에 집중하는 것이다. 즉 삶이 ‘유한하다’는 명확한 인식이다.

정리 컨설턴트가 말하는 정리의 1원칙은 하나를 사면 하나는 버리라는 것이다. 책 읽기에 대한 내 원칙도 있다. 1년에 300권 읽는 독서법은 허상이라는 것. 오히려 책 한 권을 여러 번 읽을 수 있을 때 더 많은 걸 얻는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도 ‘안나 카레니나’를 10년 주기로 읽고 달라진 밑줄과 내 생각에 매번 놀란다.

어쩌면 ‘번아웃 키즈’에게 필요한 건 ‘탐색’이 아닌 ‘정착’일지 모른다. 막상 우리가 열광하고 사랑하는 건 선택 가능성이 무한정 열려 있는 세상이 아니다. 매번 바뀌는 가게가 아니라, 60년째 영업 중인 노포들이며, 잠재적 연인이 가득한 데이트 앱이 아니라 50년 헌신한 노부부 이야기인 것이다. 배고플 때 먹는 밥이 가장 맛있다. 기쁨을 극대화하는 건 역설적으로 절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