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사는 집 문에는 술과 고기 썩는 냄새, 길에는 얼어 죽은 이 해골. 잘살고 못사는 모습이 지척으로 갈리니, 슬퍼서 더 이상 적을 수가 없네(朱門酒肉臭, 路有凍死骨. 榮枯咫尺異, 惆悵難再述)”라는 유명 시구가 있다.

유광종의 차이나 별곡 / 중국인들의 외침 / 일러스트=김하경

당나라 두보(杜甫)의 작품이다. 이른바 ‘안사(安史)의 난’이 벌어졌을 때 백성들의 삶이 처했던 정경을 읊었다. 가난하고 힘없는 민초들의 삶이 막바지로 몰리는 극한의 상황이다. 그렇듯 체념으로 고난을 견디다가 말없이 사라지는 백성들이 중국에서는 많았다.

모든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 역경(逆境)에서 취하는 삶의 자세가 우선 체념적이다. 어려움에 도전하거나 제대로 해결하지 않은 채 그냥 제 본분으로 받아들이며 쉽게 만족하는 태도다. 흔히 ‘안분(安分)’과 ‘지족(知足)’이라 일컫는다.

그러나 사람인 이상 마냥 참을 수만은 없다. 소리부터 새 나오는 경우가 있다. 공평치 못하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번지는 목소리다. 흔히 불평지명(不平之鳴)이라는 성어로 적는다. 우리가 자주 쓰는 ‘불평하다’와 관련이 있는 말이다.

급기야 큰 소리로 울부짖는 외침이나 절규(絶叫)가 이어진다. 중국에서는 흔히 눌함(吶喊)으로 적는다. 중국 현대문학의 문호(文豪) 노신(魯迅)의 소설집 이름이기도 하다. 무기력했던 당시 중국 사회에 각성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담겼다.

그러다 마침내 백성들이 저항을 시작한다. 몽둥이를 들고 집 문을 나서는 경우다. 흔히 ‘게간(揭竿)’이라고 하는데, 거대한 왕조를 무너뜨리곤 했던 민란(民亂)의 시작이다. 통치 집단이 가장 두려워했던 현상이다.

오미크론 확산의 참상을 기록한 ‘상하이 외침(上海吶喊)’이라는 동영상이 큰 화제라고 한다. 상하이 사람들의 끓어오르는 민원(民怨)을 담았다. 사회 안정을 국정 최대 목표로 두고 있는 중국 당국자에게는 그 외침이 아주 크게 들릴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