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주문을 기계가 받는 탓에 애먹는 이가 많은가 보다. 기사에서 본보기로 든 어느 호텔은 정작 영어 사랑이 더 유별나다. 승강기에서 내린 곳이 1층이라는 안내 방송부터 그러더니. 햄버거 가게는 pick up(픽업) drink station(드링크 스테이션) wanted(원티드)처럼 온통 알파벳 표기만 내걸었단다. ‘음식 찾는 창구’ ‘음료 받는 자리’ ‘기념품 사는 곳’이라는 뜻으로.

self service(셀프서비스)가 그나마 익숙한데, ‘wanted’에서 물음표가 커졌다. 영화에서 더러 본 탓에 ‘현상 수배’라는 뜻인 줄만 알았으니까. 혹시 갖고 싶어(want) 한 물건을 그리 표현했나? 아니면 말 그대로 범인 수배하듯 점찍은 기념품을 비유?

이런 엉터리 영어 타령 하느니, 고유어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우리말이나 잠깐 살펴보자. 당장 ‘잠깐’부터. ‘잠시’와 ‘사이’를 합친 한자어 ‘잠간(暫間)’이 바뀌었다. 짐승(←衆生·중생) 숭늉(←熟冷·숙랭) 귀양(←歸鄕·귀향) 천둥(←天動·천동) 사냥(←山行·산행) 가난(←艱難·간난) 썰매(←雪馬·설마) 따위가 세월 지나며 소리나 뜻이 달라져 순우리말 자리를 차지했다. ‘沈菜(침채)’는 ‘팀채→딤채→짐츼’를 거쳐 ‘김치’로 현란하게 탈바꿈했고.

아예 한자어지만 순우리말로 짐작하기 쉬운 말은? ‘짐작(斟酌)’이 바로 그렇다. 서양 버선이란 뜻의 양말(洋襪), 흔히 쑥맥으로 잘못 쓰는 숙맥(菽麥), 곡식을 푹 무르게 끓인 죽(粥), 그 건더기마저 거른 미음(米飮), 눈 깜짝할 사이를 가리키는 별안간(瞥眼間) 등등 수두룩하다.

도대체(都大體) 참된 순우리말이 얼마나 될까. 순우리말의 ‘순(純)’도 한자말, 심지어(甚至於) 토박이말도 ‘土(토)’가 들어가는데…. 어차피(於此彼) 한자어는 이미 우리 것이요, 몰라서 못 쓰고 알아도 안 쓰는 오밀조밀(奧密稠密) 고유어 얼마든지 많다. 쉽고 편한 우리말 대신 기어(期於)코 외국어 써대는 일이 창피(猖披)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