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도 100%의 긍정 DNA를 가지고 있으면 일과 삶에서 완벽할까. 의외로 삶이 고달프고 주변도 힘들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업이나 투자 제안이 오면 다 잘될 것 같아 쉽게 뛰어들었다 낭패를 볼 수 있다. 긍정성은 소중한 요소이지만 베이스에 위기 관리 역의 불안이 있어야 한다. 엉뚱하지만 칵테일 제조에 비유해 본다면 불안이 베이스로 잔 밑에 3분의 2는 쫙 깔려 있고 그 위에 긍정성이 채워진 블렌딩 비율이 최상이라 생각된다. 쭉 들이켤 때 밀도 있게 아래 쪽의 위기 관리를 위한 불안이 좀 입에 써도 우선 느껴져야 하고 그 다음에 피니시로 긍정이 스위트하게 맛을 더해야 한다.

불편하지만 시험 불안도 필요하다. 불안이 놀고 싶은 마음을 참고 의자에 앉아 있게 한다. 또 당일 실수하지 않게 모의 문제도 다시 한 번 더 풀게 한다. 욕구에 저항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데 불안은 중요한 감정 에너지다. 그런데 불안이 과하면 애써 준비했는데 시험 당일 최선의 결과를 내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 근육이 과하게 긴장하면 연습을 충분히 했어도 제 기량이 나올 수 없듯이 뇌도 긴장하면 정확한 답을 내기 위한 뇌 자원 활용에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 시험은 아는 것을 모두 쭉 쓰는 형태가 아니다. 문제 출제의 의도를 파악해 그간 공부해 저장한 데이터베이스를 응용해 정답을 내놓아야 하는 복잡한 작업이다. 과도한 불안은 시험 당일 이 작업의 효율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

이틀 뒤 수능이 있다. 마음 관리는 마음과의 소통이다. ‘난 그날 시험을 잘 볼 것이 분명해’라 마음에 이야기했는데 그렇게 믿어진다면, 또는 반대로 ‘인생에 시험이 다가 아니야 편하게 보자’라 생각했는데 불안이 잘 제어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런데 이렇게 마음에 이야기하면 마음이 더 불안해지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 마인드 컨트롤을 더 지나치게 강화하려 하면 오히려 불안이 커질 수 있다.

이런 경우 가벼운 은유가 담긴 이야기로 마음과 소통하는 것을 권해드린다. 예를 들면 ‘18일에 끝나는 여행을 함께 잘 다녀오자’라 마음에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번 시험을 잘못 보면 내 미래는 어떡하지’ 같은 긴 인생 여행을 미리 생각해 불안이 증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긴 여행은 이번 짧은 여행을 마친 후 시작해도 충분하다. 17일이 시험인데 18일을 여행의 마지막 날로 잡은 것은 자연스럽게 17일은 지나간다는 의미를 마음에 전달해 보는 것이다. ‘17일은 디데이야’ 같은 생각이 오히려 뇌기능을 경직시킬 수 있다.

이번 여행의 종착역은 18일이다, 17일은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그 자연스러움 속에서 최고의 효율이 나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