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하경·Midjourney

최근 우리 사회에 예측하기 어려운 강력 범죄가 빈번히 발생해 많은 사람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편리하게 이용해 오던 지하철도, 운동 삼아 산책하던 등산로도 이제는 불안하다. 이럴 때 이러한 강력 범죄를 인공지능으로 예측하고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가능할까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오래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가 생각이 났다. 2002년에 개봉된 범죄 예방을 주제로 하는 공상과학 영화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하고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았다.

이 영화는 2054년이 배경이다. 미국 워싱턴 DC의 경찰청에 미래범죄국(Department of Precrime)이 설치되어 있다. 초감각적 지각 능력을 가진 예지자가 살인을 하려는 사람이 발산하는 신호를 포착하여 이것을 경찰에게 사전에 알려준다. 그에 따라 미래 범죄 전담 경찰이 출동하여 예상 범죄자를 체포한다. 그 결과 워싱턴 일원에서는 살인 사건이 90%나 줄어들었다. 이 영화에서는 미래에 일어날 범죄(Precrime)를 사전에 탐지할 수 있고 예방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겠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고한 시민이 범인으로 몰려 구금당하는 등 기본권이 침해되는 일은 없겠는가 하는 논제를 의문점으로 제시한다.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강력 범죄를 사전에 예상하고 잠재적 범죄자를 지목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예측한다. 막대한 양의 데이터와 인공지능 반도체 그리고 인공지능 수퍼컴퓨터가 필요할 뿐이다. 데이터를 모으는 방법으로 먼저 CCTV와 자율주행자동차 카메라를 통해서 모든 인간의 순간을 초 단위로 포착하고 기록한다. 여기에 더해 인터넷 검색, 유튜브 방문, 전자메일, 소셜미디어 등이 저장된다. 또한 생성형 인공지능에 질문한 내용, 개인 일정표, 금융 거래, 범죄 사실, 병원 검사, 약국 처방 기록 등이 학습 자료로 사용된다. 위험 물질 구매 기록도 더해진다. 이들을 이용하면 인공지능은 인간의 범죄 행동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 이를 기초로 인공지능 생성 모델이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제 이렇게 인공지능이 미래 범죄자와 범죄를 저지를 시간·장소를 지목할 경우, 최종적으로 잠재적 범죄자의 체포 결정은 누가 내릴 것인가가 질문으로 남는다. 인공지능은 추천만 하고 인간 판사가 최종 결정을 할 수도 있다. 아니면 전적으로 인공지능이 결정하고 체포 수행만 인간이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본질적으로 범죄 확률을 제시할 뿐이다. 범죄를 확정하지는 못한다. 수학적 확률을 바탕으로 인간을 체포하기는 쉽지 않다. 영화에서는 확률이 낮은 소수의견(Minority Report)은 무시된다. 이와 같이 인공지능에 최종적으로 어디까지 결정 권한과 실행 권한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가 남게 된다.

인간이 컴퓨터를 이용해서 인공지능을 사용하려면 ‘코딩’을 하고 입력을 해야 한다. ‘코딩’은 인간의 생각을 컴퓨터가 이해하는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이다. 컴퓨터는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인공지능을 사용하기 위해서 인간이 직접 코딩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생성형 인공지능인 챗GPT가 인간의 도움 없이 직접 스스로 코딩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의사를 무시하고 인공지능 자신의 의지(意志)로 범인을 지목하고 체포하거나, 구금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픽=김하경

‘깃허브(GitHub)’는 2008년에 시작된 소프트웨어 코딩 공유(共有)를 위한 공개 웹사이트이다. 여기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코딩 작업의 결과물인 ‘코드’를 저장하고 다른 개발자들과 공유한다. 다른 개발자의 코드를 학습하고 서로 검증도 할 수 있다. 여기에는 2022년에만 총 2억개의 새로운 소프트웨어 코드가 공개되었다. 현재 9400만명 이상의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활동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개발자들의 성지(聖地)가 되었다. 바로 여기에서 인공지능 챗GPT가 코딩을 배우고 있다. 생성 인공지능이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을 이용해 글쓰기를 배우듯이, ‘깃허브’에 올려진 코드들을 이용해서 코딩을 배운다. ‘깃허브’가 인공지능의 독립(獨立)을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깃허브’는 2018년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되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잠재적 범인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범인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인간의 홍채를 카메라로 검사한다. 홍채는 안구의 각막과 수정체 사이에 있는, 고리 모양의 얇은 막으로 인간마다 고유의 생체 정보를 갖는다. 그런데 최근 챗GPT를 만든 오픈AI 창업자인 샘 올트먼(Sam Altman)이 홍채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들에게 ‘월드코인(WLD)’이라는 가상 자산을 제공하는 새로운 디지털 화폐 사업을 시작했다. 이미 세계 각국에 ‘오브(Orb)’라는 홍채 촬영 기계를 설치해 두고 200만명 이상의 홍채를 스캔한다고 알려져 있다. 영화에서는 미래 범죄 전담 경찰에 의한 체포를 피하기 위해 본인의 홍채를 인공 홍채로 갈아 끼우는 장면이 나온다. 오픈AI의 샘 올트먼은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영감을 얻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이제 인공지능이 가질 수 있는 자율의 범위를 어디까지 할지, 그리고 어디까지 통제가 가능한지도 생각해 봐야 하는 시점에 왔다. 특히 인공지능이 스스로 소프트웨어 코딩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인간으로부터의 통제를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렇게 인공지능은 인간의 입장에서 이로움과 위험성의 양면성(兩面性)을 동시에 갖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애(人間愛)를 갖고 선의(善意)를 바탕으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범죄 없는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