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2008년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는 탄소제로시티 ‘마스다르’를 발표했다. 이 도시는 도시 건설과 유지에 필요한 모든 전기 에너지를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하여 사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15년이 지난 지금 별다른 진척은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발표된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 더 라인시티’도 도시 전체 외관 표면이 태양광 전지판으로 만들어져서 전기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과연 친환경 에너지만으로 도시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을까?

도시의 전기에너지 인프라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 그레천 바크의 저서 ‘그리드’의 내용과 인사이트를 나누고 싶다. 책에 따르면 우리는 전기가 물과 같다고 착각해서 ‘전기가 흐른다’는 표현을 쓴다고 한다. 하지만 전기는 물과 다르다. 물은 저수지에 저장해 놓았다가 필요할 때 꺼내서 사용하면 된다. 반면, 전기는 발전되는 그 순간 소비되어야 한다. 발전소에서 발전을 하면 전자가 만들어지고 그 전자는 빛의 속도로 전선에서 이동한다. 그리고 그 전기의 전자는 어딘가에서는 소비되어야 한다. 소비되지 않으면 전압이 너무 높아져서 가전제품이 망가진다. 너무 적게 발전되어도 전압이 너무 낮아서 전자제품이 작동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220볼트의 전압을 제공한다. 이 말은 지금 이 순간 우리나라의 모든 발전소에서 만들어지는 전기량과 이 순간 소비되는 전기량이 균형이 맞아서 220볼트의 전압이 유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둘은 완벽한 균형이 맞을 수 없기에 전압은 약간씩 변동한다. 실제로는 국가마다 ‘전기의 질’이 다르다. 어떤 나라에서는 전압이 들쭉날쭉해서 전자제품의 수명이 짧아지기도 한다. 퇴근 후 저녁 7시에 집에 돌아가면 전등, TV, 에어컨을 켠다. 이때 전기 수요 급등에 맞춰서 발전소는 가동률을 높여야 한다. 그런데 저녁시간 때는 해가 진 후여서 태양광 발전이 없다. 낮에도 구름이 태양을 가리면 태양광의 발전량은 뚝 떨어진다. 풍력발전도 마찬가지다. 어떤 때는 엄청난 속도의 바람이 불고, 어떤 때는 바람이 불지 않는다. 그러니 태양광이나 풍력발전만으로는 전기 수요의 밸런스를 맞출 수가 없다. 실제로 제주도에는 많은 풍력발전기가 있는데, 바람이 불어서 발전되는 순간에 전기가 남아돌아서 풍력발전기를 멈추게 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기술로서는 순간적으로 늘어나는 전기 수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은 화력발전소다. 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을 배제하고 친환경에너지만으로 안정된 전압의 전기를 공급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요와 공급의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는 친환경 에너지의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배터리에 전기를 저장하는 방법이 있다. 그레천 바크는 전기차의 배터리를 사용하자는 제안을 한다. 낮 시간 동안에 햇빛과 바람으로 발전되는 전기를 주차되어 있는 전기차 배터리에 저장하고 집에 돌아가서 그 전기를 사용하면 된다는 발상이다. 이렇게 되려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양의 리튬 배터리가 필요하다. 이 역시 소모품인 배터리의 공급 문제와 그에 따른 환경 파괴 문제가 있다. 또 다른 방법은 바닷물로 액화수소로 만들고 액화수소를 운반해서 필요한 시간과 장소에서 전기를 발전시키는 방법이다. 하지만 액화수소는 저온고압으로 보관을 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액화수소는 석유를 송유관으로 보내는 것처럼 일반적 파이프라인으로 쉽게 수송되지 못한다. 현재 기술로는 탱크차를 이용해서 액화수소를 운반한다. 친환경 에너지만으로 전기 공급을 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기술적 한계가 많다. 우선 전기 공급 그리드망을 재설계해야 한다.

우리는 도시설계를 할 때 여러 인프라 시스템을 디자인한다. 도로망은 농업경제가 시작되고 지방에서 수도로 세금을 걷으면서 본격적으로 건설되었다. 상수도는 로마제국 때부터, 하수도는 18세기 파리에서부터 본격 시작되었다. 반면 전기 공급망은 1882년 에디슨에 의해서 처음 시작되어서 역사가 짧고 상대적으로 발전되어야 할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 새로운 스마트 그리드의 개발은 어려운 일이지만 언젠가는 해야 할 밀린 숙제다. IT 기술이 발달하고 국토 면적이 작은 우리나라가 먼저 개발해서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산업 분야이기도 하다. 소규모 지방 도시를 리모델링하는 데부터 시작해보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