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애비 로드에서 비틀스 팬이 횡단보도를 걷고 있다. /류동현 제공

해외 매체에서 재미있는 기사를 봤다. 당신이 나이가 들었음을 MZ세대와 이야기할 때 새삼 느낄 것이라고. 때마침 MZ세대의 다양한 개성이 엑스세대인 나와는 확실히 다르다는 생각이 들던 요즘이었다. 근래 MZ세대와 이야기하던 중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영국의 록그룹 비틀스를 아느냐고 물어봤다. 예상과 달리 ‘당연히 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 비틀스의 위대함을 또 깨닫는군. 그래서 대니 보일 감독이 비틀스가 없는 세상을 배경으로 영화 ‘예스터데이’를 만들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내가 좋아하는 비틀스 앨범을 꼽으라면 ‘애비 로드’(1969)다. 음반 출시는 ‘렛 잇 비’(1970)가 마지막이었지만, 녹음 순서로는 ‘애비 로드’가 마지막 앨범이었다. 이 앨범을 녹음한 후 비틀스는 해체했다. 앨범 제목인 애비 로드는 런던의 거리 이름이다. 비틀스가 곡을 녹음했던 스튜디오가 이곳에 위치해 있다. 건물 앞 거리의 횡단보도에서 10분간 촬영한 앨범 커버 사진은 음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커버 사진 중 하나가 되었다(음악계 후배들의 패러디도 뒤따랐다). 세계의 모든 비틀스 팬이라면 애비 로드의 횡단보도는 꼭 한번 건너봐야 할 곳이 되었다. 내가 찾았을 때에도 몇 명의 팬이 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나 또한 동참했다). 여전히 음반 작업을 하는 스튜디오 앞에서 사람들이 서성이며 담벼락에 낙서를 하고 있다. 1960년대와는 다르지만, 여전히 비틀스 음악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풍경이다.

몇 년 전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유명한 영화감독 피터 잭슨은 ‘렛 잇 비’ 앨범 녹음 당시 비틀스를 촬영한 필름으로 ‘비틀스: 겟 백’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당시 녹음 과정 속 멤버들 간의 소통과 불화 등을 담아냈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었다.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AI로 소리를 분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지난해 11월 비틀스의 마지막 싱글 ‘나우 앤드 덴(Now and then)’이 발매될 수 있었던 계기다. 1970년 이후 53년 만이다. 1980년 사망한 존 레넌의 생전 녹음에 나머지 멤버 3명이 자신의 악기 파트를 새로이 녹음한, 제작 과정을 담은 짧은 영상도 공개되었다. 노래와 영상에는 MZ세대든 엑스세대든 세대를 뛰어 넘는 감동이 있었다. 그리고 그 감동은 계속될 것이다. 비틀스가 원래 없었던 세계가 아니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