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성규

둥그런 식탁에 가족 구성원 모두 둥그렇게 모여 앉아 함께 식사를 하는 일이 설을 맞는 중국인들의 꿈이다. 먼 곳에 나가 고생하던 식구들이 모처럼 고향의 집에 돌아와 한데 모여 앉는 모습을 ‘단원(團圓)’이라고 한다.

두 글자는 모두 동그라미를 일컫는다. 이 동그라미를 향한 중국인의 집착은 유별나다. 제가 세상 중심에 있다고 자부한 옛 황제(皇帝)부터가 그랬다. 제가 있는 곳을 땅의 한가운데로 설정해 그 외곽을 무한히 넓혀가는 동심원(同心圓)의 세계관을 지녔다.

민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시비(是非)와 곡직(曲直)의 복판에 앉아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이 예부터 발달했다. 그런 중국 민간의 처세에 관한 사유는 중용(中庸)이라는 덕목으로 자리를 틀었다. 때로는 원만(圓滿), 원융(圓融)이라고도 쓴다.

그래서 삶의 고달픈 길에서도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고 상황의 전개를 침착하게 지켜보라는 권유의 새옹지마(塞翁之馬) 식 인생관이 발달했다. 나쁜 일과 좋은 일은 서로 붙어 돌아간다는 화복상의(禍福相依)라는 성어도 그렇다.

기쁨과 슬픔의 희비(喜悲), 불행과 행복의 화복(禍福)이 양단으로 나뉘지 않고 함께 붙어서 끊임없이 순환한다는 동그라미 인생관이다. 달을 바라봄에 있어서도 이지러진 달보다는 둥그런 보름달을 더 높이 치는 이유다.

요즘도 중국인들은 음력설 등 명절이 오면 먼 객지에서 고향으로 향하는 길에 기꺼이 몸을 들인다. 제아무리 험난한 여정이라도 감수한다. 가족들이 함께 모여 먹는 밥[團圓飯], 그렇게 서로 어울리는 정경[團圓夢]이 그리워서다.

올해 폭설과 강추위가 겹친 귀향길도 북적인다. 그러나 예전만 같지 못하다. 경제적 사정이 크게 어려워져 고향 가는 길에 나서길 포기하는 사람이 많단다. 가족과 친지를 만나 오붓한 정을 나누고자 하는 중국인의 소박한 동그라미 꿈도 이렇게 이지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