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국입춘굿 체험장에 만들어진 허멩이답도리

입춘이면 ‘탐라국 입춘굿’을 보기 위해 매년 제주를 찾고 있다. 입춘을 제주에서는 ‘새철 드는 날’이라 한다. 탐라왕이 소를 끌며 쟁기를 잡고 몸소 밭을 가는 풍습이 있다는 기록이 전해오고 있다. 제주목 관아에서 관과 민이 풍년을 기원하는 입춘굿을 벌였다. 그것이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춘경이다. 오랜 역사를 가진 입춘굿 놀이는 일제 시대 그 맥이 끊겼다가 1999년 지역 축제로 발굴·복원되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인상 깊게 본 것은 ‘허멩이답도리’다. 허멩이는 다른 사람의 죄를 대신 받는 존재다. ‘허멩이답도리’는 아픈 기억, 좋지 않았던 것, 나쁜 병, 버리고 싶은 것들을 종이에 적어서 허멩이에게 맡기는 의례이다.

허멩이는 띠풀을 이용해 만든다. 띠풀은 제주에서는 ‘새’라고 부른다. 벼농사가 귀한 제주에서 지붕을 일 때 볏짚 대신 새를 사용한다. 슬레이트나 기와 등이 보급되기 전에는 띠풀도 귀해서 마음대로 베지를 못했다. 가파도나 마라도 등은 본섬에서 새를 가져와 지붕을 이기도 했다.

허멩이는 먼저 새를 한 묶음 잡아 몸과 다리를 만들고, 다음은 열십자(十) 모양이 되도록 새를 한 묶음씩 위와 아래에 놓고 묶는다. 완성된 허멩이는 다리가 있는 허수아비 모양이다. 그 위에 하얀 천이나 종이로 옷을 입히고, 이목구비를 그려 넣는다. 입춘굿은 거리굿, 열림굿, 입춘굿으로 진행되는데, 허멩이답도리는 모신 신들을 보내고 한 해 운수를 보는 것과 함께 마무리 굿으로 이루어진다.

육지에서도 짚으로 허재비를 만들어 액을 보내는 풍습이 있다. 전북 부안 위도의 대리마을에서 지내는 원당제 마지막 절차가 띠뱃놀이다. 모든 액운을 허재비에게 붙여 배에 태우고 노자와 음식과 함께 바다로 보낸다.

제주도에서 정월대보름은 ‘방쉬’를 하여 액을 막는 날이다. 방쉬는 액운 혹은 액신을 내보내는 것을 말한다. 삼재가 들었거나 신수가 좋지 않은 사람은 이때 액땜을 한다. 볏짚으로 사람 모양의 허수아비를 만들어 삼거리나 바닷가로 가져가 버리는 ‘도채비 방쉬’이다. 간혹 심방(무당)이 축원굿을 함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