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태바지락칼국수

“감태가 돌아와서 다행이어유. 집 나간 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유.” 서산 웅도 갯밭에서 만난 주민이 함지박에 감태를 담아 옮기면서 한 말이다. 집을 나가는 이유는 뭘까. 인간이라면 가장 많은 이유가 ‘성격이 맞지 않아서’일 것이다. 바다 생물에게 물어본다면, ‘서식지 환경 변화’가 큰 이유라 할 것 같다. 그 원인은 대부분 인간 탐욕이 만들어 낸다. 그리고 기후변화 탓이라거나 남획 때문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거나 어민을 탓한다. 우리나라 최고의 감태 산지라는 가로림만은 조력발전소 후보지에서 해양보호구역으로 바뀐 곳이다. 우리나라 30여 해양보호구역 중 최초로 ‘해양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

감태바지락칼국수 상차림.

감태는 겨울에 들어왔다가 봄에 나간다. 북서풍과 함께 찾아왔다가 훈훈한 남풍이 불 때 노랗게 변하고 녹아서 사라진다. 그런데 금년은 비도 많고 날도 춥지 않아 감태가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겨울철 효자였던 감태가 오지 않으니, 어민들 마음이 허전했을 것이다. 감태는 눈과 비를 맞고 추위를 견뎌야 쌉쌀한 맛이 강하다. 가로림만처럼 바닷물이 들고 나는 차가 커 햇빛에 오래 노출되어야 한다. 그 향과 맛을 지키기 위해 전라도에서는 감태 김치나 무침에 마늘이나 생강을 넣지 않는다. 그 맛에 중독되면 매년 찾게 된다. 이 무렵 일 년 먹을 감태를 주문해 나누어 냉장 보관해 놓는다. 감태는 허리를 굽히고 손으로 뜯어야 한다. 그래서 감태를 맨다고 한다. 채취 못지않게 갯벌에서 운반하는 것이 힘들다. 감태 작업을 하는 분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은 어민들이다.

가로림만 서산갯벌

서산시 대산읍 벌말 한 식당에서 감태바지락칼국수와 감태전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바지락칼국수는 어느 곳에서나 맛볼 수 있지만 ‘감태바지락칼국수’는 귀하다. 게다가 바지락도 감태도 모두 마을 앞 갯벌에서 얻은 것이니 신선하다. 감태는 채취해 여러 차례 바닷물에 세척하고 마지막으로 민물로 헹궈 그늘에 사흘 정도 숙성한다. 지금처럼 감태김으로 가공하기 전에는 제철에만 맛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