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식물성이다. 중독성이 있고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아편전쟁은 차와 아편의 정면충돌이었다. 육류 중심이었던 유럽인의 입맛을 개운하게 해준 것이 아시아의 차(茶)가 수행했던 역할이었다. 백인들의 육식문화 해독제가 차였던 것이다. 영국이 수출했던 마약은 중국을 병들게만 하였지 이로운 역할은 하나도 없었다. 음차흥국(飮茶興國)이요, 음마병국(飮痲病國)이다. 차를 마시면 나라가 흥하고, 마약을 하면 나라가 병든다.

미국이 마약으로 인하여 ‘음마병국’의 상태로 가고 있다. 그 살기 좋던 샌프란시스코가 마약중독자로 넘쳐나서 도시가 황폐화되고 있고, 베벌리힐스의 부자들도 동네를 떠나서 마이애미로 옮겨가는 추세라고 한다. 19세기 중국이 아편중독 되었을 때 조선 사람들도 그 영향을 받아 중독자들이 상당수 생겨났었다. 이번에는 미국에 유학 갔던 10~20대들이 마약을 접해서 서울 강남에 마약이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마약문화를 막지 못하면 병국(病國)으로 가는 길이다.

다행히도 요즘 20~30대들 사이에 차를 마시는 흥국(興國)의 문화도 새롭게 유행하고 있는 것 같다. 여기저기 차를 마시는 동호회와 다실, ‘티 오마카세’가 생겨나고 있다. 마풍(痲風)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차풍(茶風)이 불어야 한다. 팔자가 박복한 청년은 마약을 할 것이고, 팔자가 유망한 젊은이는 차를 마신다. 30년 넘게 차를 마셔온 필자 같은 기성세대의 입장에서는 젊은이들의 이런 차풍이 여간 고맙고 대견스러운게 아니다. 최근에 읽은 ‘시간을 마시는 보이차(저자 주은재)’라는 책도 20대 후반의 젊은 세대가 쓴 차론(茶論)이다. 60대 차 애호가가 20대 차인에게 물었다. “차풍이 부는 이유를 뭘로 봅니까?” “요즘 20대들은 자기 취미를 하나 가지고 싶어 합니다. 혼자도 할 수 있고, 더불어도 할 수 있고, 잠깐 하는 게 아니라 평생 할 수 있는 취미 같은 것입니다. 차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봅니다.” 바꿔 말하면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적인 취미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를 달래고 건강하게 해 주는 취미가 차이다. 위인지학(爲人之學)이 아니라 위기지학(爲己之學)이다.

차는 맛도 다르고 향도 다르고, 차 산지에 따라서 풍미가 각기 다르다. 마음이 좀 울적할 때 마시는 차가 있고, 저녁을 먹고 난 후에 배 속을 정리해 주는 차도 있다. 여행을 가서 마시는 차, 요가를 하고 나서 마시는 차 등으로 세분하는 게 젊은 세대의 차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