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색 다이아몬드 형태의 '비아그라'. /화이자제약

비아그라를 먹어본 적 있다. 발기부전 치료제 말이다. 쓰다 쓰다 이런 소리까지 쓴다. 매주 새로운 소재로 칼럼을 써야 하니 어쩔 도리 없다. 비아그라 먹은 이야기까지 듣고 싶은 건 아니라고? 돈 받고 글 쓰는 자는 가장 내밀한 이야기까지 꺼내서라도 독자에게 즐거움을 줘야 한다. 어쩔 도리 없다.

확실히 효과는 있었다. 혼자 실험 삼아 딱 한 번 먹어본 터라 일부 독자가 은밀히 기대했을 이야기는 없다. 이 글은 ‘여성조선’에 실리는 게 아니다. 아니다. 유서 깊은 여성지를 비하하려는 게 아니다. 여성지가 성(性) 관련 기사를 많이 쓴다는 팩트를 말하려는 것이다. 어린 시절 나의 성교육 교재는 어머니가 보던 여성지 중간에 봉인된 성(性) 관련 코너였다. 어머니는 몰랐다. 반세기 만에 사과드린다.

비아그라 이야기를 꺼낸 건 어제 나온 ‘헬스조선’ 기사 때문이다. 비아그라가 뇌혈관성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나왔다. 옥스퍼드대학교 연구진 발표다. 나는 무릎을 쳤다. 한국의 빠른 인구 소멸에 획기적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연구다.

젊은이들이 아이를 갖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역사상 가장 가난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해결책은 더 풍요로운 세대가 더 오래 살아남아 더 많은 아이를 낳는 것이다. 치매도 막고 활력도 찾아주는 비아그라를 중장년에게 무상으로 지급한다면 인구 소멸 속도를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의학의 발달로 노산 기준 나이도 점점 올라가는 중이다. 젊은이들 짐은 우리 같은 어른들이 나눠야 마땅하다.

지난 몇 달간 저출생 대책이라고 언론에 나온 것들을 떠올려 보시라. 서울시 의원은 괄약근에 힘을 주는 케겔 운동을 대책이라 소개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여자아이를 1년 일찍 입학시키면 출산율이 높아질 거란 보고서를 내놨다. 인터넷은 젊은이들의 비웃음으로 폭발했다. 적어도 내가 주장하는 대책은 옥스퍼드대학교 연구가 근거다. 과학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다. 늦둥이가 한국을 다시 세울 것이다.

김도훈 문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