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부채 합죽선./국가유산진흥원 제공

‘여름 생색에는 부채’라는 속담이 있다. 여름을 맞으며 부채를 주고받는 풍습에 따라 생긴 말이다. 부채를 선물하며 마음에 바람을 전하는 데에는, 무더위를 잘 견디고 나쁜 기운도 날려 버리라는 기원도 담겨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귀한 풍습도 변하여, 부채를 부치는 사람보다 손 선풍기를 쥔 사람이 더 흔하게 보인다.

부채는 손으로 부쳐서 바람을 일으키는 물건으로, 부채의 한자어 ‘선(扇)’은 새의 깃털인 ‘우(羽)’와 드나드는 문인 ‘호(戶)’가 합하여 새의 날개처럼 바람을 일으킨다는 뜻을 품고 있다. 부채는 오랜 세월 다양한 용도로 쓰이며 모양과 재료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불렸다.

특별하게는 부채를 ‘팔덕선(八德扇)’이라 칭했다. 바람을 일으켜 더위를 쫓고, 햇빛을 가리고, 비를 막으며, 파리나 모기를 쫓고, 방석으로 쓰며, 밥상으로도 쓰고, 머리에 이고 물건도 나르며, 얼굴을 가리는 쓰임으로 여덟 가지 덕을 지녔다 한 것이다. 손 선풍기로는 대신할 수 없는 부채의 쓰임과 멋은 여전히 전해진다.

마음에 드는 부채를 벗 삼아 바람 한 가닥 마음에 긷고 유유자적하는 서화 속 선비의 모습은 멋스럽다. 선비들은 올곧음의 상징인 대나무와 기품 있는 한지로 조화롭게 만든 합죽선(合竹扇)을 선호했다. 전통 부채를 찾는 이도 만드는 이도 줄었지만, 대나무와 한지가 만나 일으키는 맑은 바람은 지금도 올곧게 국가무형유산으로 전승되고 있다.

그 전통 부채를 만드는 기술과 기능을 보유한 장인을 선자장(扇子匠)이라 한다. 대나무 부챗살을 합죽하여 만든 합죽선은, 만드는 사람에 따라 그 태와 바람결의 차이가 크다. 대나무를 쪼개고 깎고 수백 번 다듬는 과정을 반복해야 합죽선 한 자루가 완성된다. 부챗살 깎는 기술이 뛰어난 선자장의 손길을 보면 바람결을 다듬는 것 같다.

더위를 물리치는 선풍기나 에어컨 바람은 한여름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바람을 전해주고 햇빛과 낯빛도 가려주는 부채의 멋과 쓰임에는 비할 수 없다. 부채가 일으키는 바람은 무더위도 다가올 장마철 눅눅함도 잊게 해줄 듯싶다. 하지를 앞두고 만듦새 좋은 부채를 마련하며, 마음에 청아한 바람을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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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자장이 부채를 만드는 짧은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