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성규

“태산은 하찮은 흙이라도 마다하지 않아 그 크기를 이뤘고, 하천과 바다는 가느다란 물줄기라도 물리치지 않아 결국 그 깊이를 만들었다(泰山不讓土壤,故能成其大. 河海不擇細流,故能就其深)”는 유명한 간언이 있다.

진(秦)나라가 전국시대를 마감하고 중국 전역을 통일하기 직전이었다. 나중의 진시황(秦始皇)인 당시 임금 영정(嬴政)은 외국인을 쫓아내려는 축객령(逐客令)을 발동했다. 첩자라고 의심받는 다른 국가 인재들을 추방한다는 내용이었다.

훗날 영정을 도와 최초의 통일을 이루는 인물 이사(李斯)가 글을 썼다. ‘축객의 명령을 간함’이라는 간축객서(諫逐客書)라는 제목의 문장에 위 구절을 실었다. 남의 것을 받아들여야 자신이 클 수 있다는 포용의 정신을 촉구한 글이다.

이로써 탄생하는 유명한 성어가 작은 물줄기라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뜻의 불택세류(不擇細流)다. 아울러 바다는 숱한 물줄기를 다 받아들인다는 새김인 해납백천(海納百川) 등의 성어도 나왔다. 드넓은 포용성을 상찬하는 말들이다.

나와 같지 않은 남, 즉 이기(異己)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의 사유다. 남을 감싸안는 도량(度量)의 크고 넓음을 따지는 일이기도 하다. 진시황은 이사의 이 간언을 받아들여 ‘축객령’을 거둬들임으로써 마침내 통일의 대업을 이룬다.

요즘 중국은 이런 도량에서 옛 중국만 못하다. 국가안전법 등을 내세워 외국인들을 옥죄기에 분주하다. 중국에 투자했던 외국 기업들은 그래서 줄줄이 중국으로부터 탈출 중이다. 부유한 중국인들마저도 그 행렬에 섞여드니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이제는 외국인을 찔러버리라는 명령인 ‘자객령(刺客令)’이라도 발동한 것일까. 중국 여행 중이던 미국인이 칼에 찔려 넘어지고 일본인들도 피해를 입는다. 이런 협량(狹量)이라면 달 뒷면에서 우주선으로 흙을 날라 온다고 한들 그 위상이 태산처럼 크고 의젓해질 리 만무하다.

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