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내서 읽는 것을 성독(聲讀)이라고 한다. 소리를 안 내고 눈으로만 읽는 것하고 큰소리를 내서 읽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소리를 내는 성독이 훨씬 효과가 크다. 자기가 낸 소리를 들으면 내면에 쌓인다.

무의식에 정보를 저장할 때는 시각적 효과도 중요하지만 귀로 듣는 청각적 기능이 더 효과적이다. 눈은 앞에 있는 것만 보지만 귀는 뒤에서 나는 소리도 듣는다. ‘능엄경(楞嚴經)’에서는 눈으로 보는 감각기관인 안근(眼根) 보다 귀로 듣는 이근(耳根)의 비중을 높게 본다. 안근이 800 정도의 공덕(功德)이라면 이근은 1200 수준의 공덕이라고 한다. 능엄경에서는 소리를 통해서 깨달음을 얻는 이근원통(耳根圓通)을 최고로 친다.

유교도 성독을 중시한다. 유가의 교육 방법이 경전을 소리 내서 읽는 방법이다. 7~8세 된 어린아이들이 ‘천자문’ ‘명심보감’ ‘사자소학’ 등을 소리 내어 읽도록 시켰다. 유교의 교육 방법 핵심은 바로 성독에 있다. 눈으로만 읽으면 안 된다. 소리 내서 외워야 한다. 그래야 무의식에 깊이 각인이 되고, 유사시에 반사적으로 튀어 나온다. 어떤 상황에서 반사적으로 튀어 나오지 않으면 별로 효과가 없다.

‘태초에 소리가 있었다’는 이런 각도에서 이해하고 싶다. 조선 후기 전라감사를 두 번 지낸 이서구(李書九·1754~1825). 그는 고위 관료를 지냈지만 신통력도 지녔던 인물이었다. 미래를 예언하는 능력이 있다. ‘앞으로 여기는 어떻게 변한다’는 내용의 예언이 전라도 땅 이곳저곳에 남아 있다. 새만금이 메꿔져 육지가 된다는 예언도 그중 하나다. 서구(書九)라는 이름은 ‘서경(書經)’ 서문(序文)을 9000번이나 소리 내어 외웠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우주변화의 원리’를 쓴 한의사 한동석(韓東錫·1911~1968). 그의 특출한 힘도 황제내경 운기편(運氣篇)을 1만 독 소리 내어 외우면서 생겼다. 인사동 골목길을 오갈 때에도 미친 사람처럼 중얼중얼하면서 외우고 다녔다. 9000독을 할 때부터 어떤 알 수 없는 에너지가 자기 주변을 감싸는 것을 느꼈다고 술회했다. ‘케네디 총 맞아 죽는다’ ‘군인들 이후로 양 김씨가 나와 정권 잡는다’는 맞았고, ‘목화연합정권’(노무현·정몽준 연합) 예언은 빗나갔다.

간재학파(艮齋學派)의 학맥을 잇고 있는 김제 학성서원(學聖書院)의 청곡(淸谷) 김종회(金鍾懷·60). 청곡도 주렴계의 ‘태극도설’을 1만 독 이상 외우면서 땅을 보는 안목이 열렸다. 그 힘으로 전라도 땅에서 간재학맥을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