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부동(和而不同), 동이불화(同而不和)는 군자와 소인을 가려내는 지침임과 동시에 상하 관계의 두 가지 유형이기도 하다. 이 점은 ‘춘추좌씨전’에 나오는 다음 이야기가 명확하게 보여준다.

제나라 경공이 사냥에서 돌아오자 재상 안영(晏嬰)이 경공을 모시고 있었다. 그때 마침 양구거(梁丘據)가 달려와 경공에게 인사를 올렸다. 경공이 말했다.

“오직 양구거만이 나와 맞구나[和]!”

안영이 말했다.

“양구거는 실로 맞추는 것[同]이지 맞는 것[和]이 아닙니다.”

경공이 말했다.

“화(和)와 동(同)이 다른가?”

안영이 말했다.

“다릅니다. 맞는 것은 맛있는 국을 끓이는 것과 같아서 물, 불, 식초, 젓갈, 소금, 매실을 써서 생선이나 고기를 삶는 것과 같습니다. 장작으로 불을 때고 요리사가 간을 맞추어 그 과한 맛을 덜어내면 좋은 국이 됩니다. 군신(君臣) 관계도 이와 같습니다. 임금이 옳다고 한 것에 잘못된 점이 있으면 신하는 그 잘못된 것을 아뢰어 그 옳은 것을 이루게 해주고, 임금이 잘못됐다고 한 것에 옳은 점이 있으면 신하는 그 옳은 것을 아뢰어 그 잘못된 것이 없어지게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정치가 평안해져 서로 침범하지 않아 백성들은 다투는 마음이 없게 됩니다.

그런데 지금 양구거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물로 물의 간을 맞춘 것과 같으니 누가 제대로 먹을 수 있고, 거문고 줄이 똑같아 오직 한 가지 음만 나니 누가 제대로 그 소리를 들을 수 있겠습니까?”

동이불화(同而不和)의 큰 그림자가 우리 정치권을 뒤덮고 있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금 이재명을 위한 양구거 되기 경쟁이 한창이며 국민의힘 쪽 양구거들은 ‘배신’ 운운하며 전 비대위원장 때리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2024년 대한민국 정치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